▲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참 무섭다. “글쓴이의 개인적 감정 같군요. 결국 팩트가 아니라 글쓴이의 추론인데, 설득력이 좀 떨어지네요.” 한 인터넷 카페에 실린 댓글이다.

 지난 6월 11일 기호일보에 실렸던 “최장집과 안철수의 예정된 결별”이라는 제목이 붙은 내 기고문에 대한 평이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의 기고문을 읽고 있으며 댓글도 달고 있는 것을 알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도 돋았다. 내가 그 기고문에서 예견한 지 채 두 달이 되기 전인 8월 9일 최장집 전 교수는 안철수 의원에게 결별을 알렸다. 그리고 이러한 소식은 8월 12일에 언론을 통해 발표되었다.

선거가 전공인 내가 한국의 선거정치에 대한 예측에 틀릴 때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에게는 이른바 멘토가 없을 운명인 것까지 틀릴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최장집 전 교수가 안철수 의원과 결별한 뒤 바로 안철수 의원의 ‘틈새 전략’까지 공격할 줄은 몰랐다.

참 부담스럽다. 자꾸 안철수 의원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평가가 과히 안철수 의원이 좋아할 것 같지 않다. 나는 안철수 의원을 직접 대면한 적이 없어 안철수 의원에 대한 타인의 평가나 언론의 보도를 기초로 정치학적인 잣대를 대고 있다.

그 잣대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은 정당정치의 원론은 물론 정치현실에서 너무 많이 동떨어져 있다. 심지어 자신의 언행이 불일치되는 것까지 발견된다. 

더 큰 정치를 마음에 품고선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이 이제 꼭 2년이 되어 가는데 안철수 의원은 자신이 그렇게 혐오했던 기성정치에 발을 끼어 넣었다.

새 정치를 하겠다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것이 이제 조금 있으면 꼭 1년이 되어 가는데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새 정치가 무엇인지, 자신의 정책이 무엇인지 아무것 하나 보여준 것이 없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된 지 4개월이 넘어가는 동안 법안 하나 제출한 것이 없다. 안철수 의원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

참 끔찍하다. 10월 30일 실시되는 201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의원 측의 선거결과를 예측해보니 말이다.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약 9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것인데 아쉽게도 안철수 의원 측은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율도 일 년 전 대통령선거 캠페인이 한창일 때는 물론 올 4월 24일 노원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이상 줄어들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 지지율의 하락추세를 반등시킬 계기도 별로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의 지지세에 기대어 출마하려는 후보들의 성적이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10월 재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과 함께 야권 표를 나누게 되면서 안철수 의원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새누리당이 이득을 톡톡하게 볼 것이 분명해진다.

더 끔찍해지는 것은 바로 내년 6월 4일로 예정된 2014년 지방선거이다. 이 선거를 지나면 안철수 신당은 또 다른 호남 정당의 모습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충청·인천·호남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계속 승리하고 경기지사 선거에서까지 이긴다면 2014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승리로 평가될 것이다.

이때 영남의 광역단체장 선거는 물론이고 현재 민주당 지사가 있는 강원도가 새누리당으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해도 결코 안철수 신당이 끼어들 여지는 안 남아 있는 것이다.

 다만 안철수 신당이 해볼 만한 곳은 호남의 일부 광역단체장 선거라고 하겠다. 그렇다고 여기서 안철수 측이 이긴다고 안철수 의원에게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지역 정당의 탄생에 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안철수 의원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매번 돌아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 문제이지만 자신의 새 정치와 새 정책을 과감하게 보여주든지, 아니면 깨끗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든지를 말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내년 6월 초가 되어서야 나의 진단이 오진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텐데.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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