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극장가에 다시 송강호(46)와 설경구(45)의 시대가 돌아왔다.

2000년대 이후 충무로의 대표 배우로 군림해온 두 사람이 올해 각각 세 작품씩이나 출연해 관객을 잇따라 만난다. 송강호는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순이고, 설경구는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순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4번 타자'인 두 배우가 각각 세 번씩 타석에 들어선 셈. 각각 얼마나 타율을 올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2년간의 흥행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송강호는 2011년 '푸른소금'과 지난해 2월 개봉한 '하울링'으로 각각 관객 77만1천699명, 161만2천554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2010년 '의형제'로 550만7천106명을 모은 데 비하면 크게 떨어진 성적이다.

설경구 역시 지난해 말 개봉한 '타워'(518만1천38명)로 체면 치레를 하긴 했지만, 전작인 '해결사'(2010년)와 '용서는 없다'(2009년)가 각각 187만3천327명, 114만4천238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2009년 '해운대'로 1천145만3천338명을 모은 이후 이렇다 할 흥행 파워를 내지 못했다.

설경구는 2010년 말부터 2년여간, 송강호는 지난해 3월부터 1년6개월여간 개봉작을 내지 않아 대중에게서 다소 멀어진 듯 했지만, 그 사이 두 사람은 절치부심 새 작품들을 잇따라 찍어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각각 다른 투자배급사들의 전략상 이유로 올해 하반기 한꺼번에 잇따라 개봉하게 됐다.

올해 첫 타석에서 두 사람은 모두 좋은 성적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설경구는 지난 7월 3일 개봉한 '감시자들'에서 정우성, 한효주와 함께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며 550만6천802명의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 상업영화의 제작사나 투자사 입장에서는 관객수 자체보다 투입한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 중요하다고 할 때, '감시자들'은 크지 않은 제작비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효자'였다.

송강호 역시 지난 7월 31일 개봉한 '설국열차'로 현재까지 누적관객 924만380명을 모으며 이름값을 했다. '설국열차'가 총제작비 430억 원에 달하는 대작이긴 하지만, 해외 판매 수익을 감안해 국내 시장에서 투자배급사가 손익분기점으로 잡은 수치를 넘겼다. 게다가 '설국열차'에 대한 열렬한 마니아 관객들의 지지도를 고려하면 송강호의 팬층 역시 여전히 두터워 보인다.

'감시자들'과 '설국열차'는 개봉 시기가 4주 가량 차이가 나 정면으로 맞붙지 않았지만, 두 번째 타석인 '스파이'와 '관상'은 개봉일이 1주일 차이밖에 나지 않아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영화계에 따르면 두 배우의 작품이 정면으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 모두 연극배우 출신으로 같은 해인 1996년(송강호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설경구는 '꽃잎') 데뷔해 17년간 영화계에서 활동했지만, 1주일 차이로 작품을 개봉한 경우는 없었다. 두 사람의 맞대결이 더욱 화제가 되는 이유다.

두 사람 모두 코미디와 드라마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번엔 설경구가 가벼운 코미디로, 송강호가 더 무게 있는 사극 드라마로 관객을 만난다.

우선 지난 5일 개봉한 '스파이'는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청신호를 밝혔다. 명절 연휴에 강세를 보이는 코미디라는 점도 유리한 요인이다. 하지만, 화려한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관상'이 개봉(11일)을 앞두고 예매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등 기대치가 높아 초반 흥행이 예상된다. 대목인 추석 연휴까지 앞으로 열흘간 관객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후 설경구는 10월 2일 '소원'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딸아이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견뎌내는 아빠 역할이다.

송강호의 '변호인'은 오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송강호는 1980년대 인권 변호사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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