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이 21일 개봉 12일 만에 7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투자배급사는 조심스럽게 1천만 관객을 기대하고 있다.

'관상'이 1천만 관객을 넘으면 지난해 가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천232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사극 영화가 2년 연속 1천만 영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바야흐로 충무로의 사극 시대다. 사극 영화의 잇따른 흥행 돌풍에 힘입어 충무로에 사극 영화 제작이 붐을 이루고 있다. '광해…'와 '관상'을 이을 기대작들이 즐비하다.

영화계에 따르면 현재 개봉을 기다리거나 제작을 진행, 준비 중인 사극 영화가 8편 이상. 대부분 제작비 100억 원을 넘나드는 '블록버스터' 대작들이다.

▲ 영화 '관상'
◇ 사극 대작 내년 줄줄이 개봉 = 배우의 지명도나 이야기의 스케일 등을 고려할 때 가장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는 현빈 주연의 '역린'과 하정우 주연의 '군도: 민란의 시대', 이병헌 주연의 '협녀: 칼의 기억'이다.

'역린'은 조선 시대 정조의 암살을 둘러싸고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살아야만 하는 자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영화로, 현빈이 정조 역을 맡았다. 현재 '관상'으로 더욱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정석이 살인을 위해 길러진 청부 살수 역을 맡아 현빈과 대립각을 세우고, 정재영이 왕의 서가를 관리하는 상책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정치 드라마와 액션이 결합된 대작으로 총제작비가 100억 원을 웃돌 전망이다. 지난 10일 촬영을 시작했으며,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영화 '역린' 주연을 맡은 현빈. <<영화제작사 초이스컷픽쳐스 제공>>

 '군도: 민란의 시대'는 윤종빈 감독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 이어 굵직한 남자 배우들로 만드는 '상남자' 액션 영화다. 충무로 대세인 하정우에 더해 군대 전역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강동원의 복귀작이어서 여성 팬들의 관심이 크다.

영화는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0년 백성의 편에 서고자 했던 도적들의 활약상을 그린다. 하정우는 억울한 사연으로 도적떼에 합류한 백정 '돌무치'를, 강동원은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최고의 무술 실력을 갖춘 '조윤'을 연기한다. 또 조진웅, 이성민, 이경영, 마동석, 정만식, 김성균 등 걸출한 조연배우들이 함께 한다. 현재 촬영 중이며 다음 달 중순 마무리하고 내년 7월 개봉한다.

'협녀: 칼의 기억'은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처럼 아름다운 무협 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 말 무신시대를 배경으로 민란을 주도한 세 명의 검객 설랑(전도연 분)·덕기(이병헌)·풍천이 대의를 이루지만, 덕기의 배신으로 결의가 깨지고 설랑은 복수를 위해 딸(김고은)을 비밀병기로 키워 18년 만에 덕기를 찾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은 '광해…'에 이어 다시 천출 신분으로 왕의 자리를 탐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병헌과 전도연의 무협 액션 연기가 기대된다. 

영화 '군도' 촬영을 위해 삭발을 감행한 하정우.

최민식·류승룡의 '명량-회오리바다'는 '최종병기 활'로 사극 붐에 불을 지핀 김한민 감독의 사극 액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1597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렸다.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으로 분했으며, 류승룡이 왜군 장수 '구루지마' 역을 맡아 또 한 번 악역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지난 7월 촬영을 마치고 내년 여름 개봉을 준비 중이다.

손예진·김남길 주연의 '해적'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바다의 여자 해적단과 육지의 남자 산적단의 대립을 그린다. 고래 뱃속으로 들어간 조선의 국새를 되찾기 위해 양쪽이 경쟁하며 분투하는 얘기다. '캐리비안의 해적'과 같은 해양 액션 어드벤처 영화를 표방하며, 대규모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효과(VFX)를 넣어 볼거리를 꾸밀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촬영에 들어갔으며, 내년 여름 개봉해 '군도…' '명량…'과 맞붙게 된다.

'7번방의 선물', '숨바꼭질' 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영화사 뉴(NEW)는 사극 멜로 영화 '순수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조선판 '색,계'를 표방하고 있는 이 영화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조선 개국을 위해 살수로 살아온 남자와 복수를 위해 그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여자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재 배우 캐스팅을 진행 중이다.

하지원·강예원·가인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는 지난해 촬영을 끝내고 올해 개봉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밀리면서 내년 봄 개봉하게 됐다.

송승헌이 주연으로 캐스팅돼 관심을 모은 사극 액션 '전령'도 제작을 준비 중이다. 

최민식 주연 영화 '명량-회오리 바다' <<영화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극 열풍…왜? = 사극은 원래 세트 제작과 의상·소품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 충무로에서 쉽게 엄두를 못 내는 장르였다. 게다가 TV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흥행의 위험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드는 사극을 기획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2005년 말 개봉한 '왕의 남자'가 1천230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뒤 사극은 40-50대 중장년층 관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후 몇 년간 한국영화 산업 전반의 침체와 함께 사극 역시 한동안 뜸했지만, 2011년 여름 '최종병기 활'이 750만 관객을 모으며 다시 사극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이어 지난해 '후궁: 제왕의 첩',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사극 세 편이 모두 흥행하며 큰 수익을 냈다. '광해…'뿐 아니라 '바람…'이 500만 관객 가까이 모았고 '후궁…'은 극장에서 263만 관객을 관객을 모은 데 이어 IPTV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같은 열기가 올해 가을로 넘어와 '관상' 흥행의 밑거름이 됐다. 추석 연휴라는 큰 시장에서 전통 명절이라는 시기적인 요인까지 맞물리면서 사극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부풀렸다. 여기에 스타들이 떼로 나오는 '멀티 캐스팅'이 큰 몫을 한 것도 물론이다.

사극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현대극에서 소재가 고갈되면서 시공간의 무궁한 창조와 재해석이 가능한 사극이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CJ E&M 영화사업부문 이창현 홍보팀장은 "현대극에서 어눌하거나 애매한 사회 풍자나 해학, 코미디 요소들이 사극에서는 관객에게 쉽게 용인된다"며 "정통 사극이건 '팩션'이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 관객들의 호기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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