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신작 ‘소원’이 오는 10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동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은 사건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끔찍한 기억으로 고통받은 한 가정이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회복 과정을 그렸다.

공장 근로자인 40대 ‘동훈’(설경구 분)과 문구점을 운영하는 30대 ‘미희’(엄지원) 부부의 딸인 초등학교 2학년생 ‘소원’(이레).

소원이는 비가 오던 어느 날 등굣길에 우산을 씌워 달라는 아저씨를 도와주려다 학교를 코앞에 두고 변을 당한다. 죽음의 문 앞에서 살아난 소원이는 평생의 짐이 될 몸의 상처와 정신적인 상처를 입고, 평범하기만 했던 소원이의 가정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아동 성폭행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는 자극적인 묘사를 최대한 배제한 채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회복 과정에 집중한다.

이 감독은 상상치도 못한 끔찍한 일을 당한 아이의 심리 변화와 아이의 고통을 지켜보는 부모의 찢어지는 심정,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들 가족의 고통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마음을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간다.

무엇보다 남자라는 이유로 아빠의 손길마저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 딸과 다시 소통하기 위해 인형옷을 입고 아이를 달래주는 동훈의 노력이나 어린 소원이 나름대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과정은 눈가를 자극한다.

여기에 소원의 같은 반 친구 영석(김도엽)이 동훈 앞에서 사고 당일 소원과 같이 등교하지 않은 걸 자책하며 엉엉 우는 장면도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영화는 신파성 휴먼드라마에 약간의 사회드라마도 입혔다.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이 기삿거리만 된다면 벌떼처럼 달려드는 언론의 모습이나 피고인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경하는 재판부의 성의 없는 판결 등도 스치듯 보여 준다.

이준익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도 중요하겠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보란 듯이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어떤 끔찍한 사고를 당하면서 일상이 파괴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이들의 가장 큰 소원을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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