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테마로 한 액션스릴러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가 오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를 통해 개성 넘치는 작품세계를 선보였던 장준환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상업영화이자, ‘범죄집단에서 인간병기로 성장한 소년’을 내세운 흥미로운 스토리로 이목을 끈 작품이다.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는 기억을 잃은 채 14년에 걸쳐 낯선 이들의 손에서 길러진다. ‘화이(여진구 분)’란 이름으로 성장한 아이 곁에는 사부이자 양부인 다섯 명의 범죄자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는 한 명의 여자가 있다. 이들 가족은 청소년이 된 아이의 삶과 정신을 지배하며 혈연보다 지독한 울타리를 형성한다.

냉혹한 카리스마의 리더 ‘석태(김윤석)’, 운전전문 말더듬이 ‘기태(조진웅)’, 이성적 설계자 ‘진성(장현성)’, 총기전문 저격수 ‘범수(박해준)’, 냉혈한 행동파 ‘동범(김성균)’까지. 화이는 학교 대신 5명의 아버지들이 지닌 기술을 배우며 남들과 다르게 자라왔지만, 자신의 과거를 모른 채 순응하며 지낸다.

어느 날 석태는 화이가 아버지들만큼 강해지기를 바라고 끔찍한 현장으로 이끈다. 이곳에서 화이는 자신의 충격적 비밀을 알게 되고, 이들 가족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인간이길 포기한 5명의 괴물에 의해 길러진 사람의 아들, 영화는 평범치 않은 설정을 통해 범상치 않은 공포감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무엇보다 타고난 선과 학습된 악, 낳아 준 부모와 길러 준 부모에 대한 정이 충돌하며 혼란에 빠지는 화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속된 말로 멘붕이 오기 직전이다.

평범한 상식을 가진 머리로는 주인공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스크린을 통해 뿜어 나오는 영상미와 배우들의 호연은 관객의 혼을 빼놓을 만하다.

 총과 칼을 넘나드는 액션 장면과 역동적인 자동차 추격신도 그렇고, 복수라는 하나의 테마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영화의 추동력도 상당하다. 덕분에 선혈이 낭자하긴 하지만 눈 뜨고 못 볼 만큼 잔인하지는 않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이다. 특히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주목받은 여진구의 존재는 히든카드라 할 만하다.

 중저음의 묵직한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 표현과 두려움·살기가 공존하는 듯한 눈빛 연기가 압권이다. 카리스마 연기의 달인인 김윤석이나 조진웅, 김성균 등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의 호연도 눈이 즐겁다.

장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우리 안의 괴물’은 사람에 따라 평생 잠자고 있기도 하고, 고개를 들어 날뛰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은 나약한 존재가 아닐까. ‘화이’는 그것을 응시하는 영화다.

일부러 의미를 찾고 깊게 들어가지 않으셔도 괜찮다”며 관객들에게 즐겁게 관람해 줄 것을 부탁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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