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터에 나갈 때는 한 번,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에는 세 번 기도하다!”, “결혼이란 남자들은 자유를, 여자들은 행복을 잃을 각오로 하는 제비뽑기다.”, “결혼하기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한 이후엔 반을 감아라.”

이는 결혼에 대해 말하는 러시아와 프랑스의 속담들이다. 다시 말해 결혼이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신중히 선택한 후, 깊은 호흡으로 세 번의 기도를 통해 다짐한 뒤에야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 직후부터는 두 사람 모두 크게 떴던 그 눈을 반 이상 감지 않는다면 배우자와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을까! 어쩐지 무시무시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 하지 않던가.

비록 결혼 이후 조율하고 감내해야 할 어렵고 힘든 일들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 얻는 행복감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프랑스 작품으로 결혼생활을 다룬 영화 ‘Happily ever after’이다. 이 제목은 서양 동화의 마지막을 자주 장식하는 말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를 의미한다.

자동차 세일즈 영업을 하는 40대 초반의 세 친구들이 있다. 두 친구는 10년차의 기혼이지만, 한 친구녀석은 미혼으로 여전히 자유연애 중이다. 기혼 남성들의 눈에는 자신의 아내를 뺀 세상 모든 여자를 다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이 친구가 부럽기도 하지만, 미혼남은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두 친구가 때론 부럽기도 하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매일 으르렁대는 친구와는 달리 빈센트와 가브리엘은 여전히 금슬이 좋은 부부다. 그러나 그 부부 금슬은 반 이상이 허위일 뿐이다. 가브리엘은 남편의 외도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 여성과 심각한 관계가 아닐 거라는 자신의 직감만 믿은 채 모르는 척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애써 잠잠하려 노력하는 가브리엘을 가슴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하나의 사건이 느닷없이 날아든다. 자신에게도 설렘을 선사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비록 잠깐 스치듯 지나친 만남일 뿐이었지만 현기증을 느낄 만큼 강렬한 떨림을 선사한 이름 모를 그 남자. 과연 이 위기의 부부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제목처럼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면서 마무리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프랑스 감성을 가득 담은 이 영화는 결혼에 대한 현실과 환상을 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가는 작품이다.

결혼 10년차 서로에 대해, 그리고 일상에 대한 권태로 위기가 오는 것은 서양이라고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권태를 풀어가는 방법은 우리의 정서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좀 더 자유로운 감정의 표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가는 모습이 그렇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결혼과 권태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 또한 덮고 넘어가지 않는다. “결혼은 사랑의 종착역입니까?”, “결혼 후에는 반드시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나요?”라는 다소 발칙한 질문 또한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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