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8일, 티베트 암도 깐호지역 모리사원 부근에서 28세의 승려 꾼촉 땐진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120명이 넘는 이들이 ‘티베트 독립’을 외치며 분신을 시도했고 승려 땐진은 이 중 100번째 희생자였다.

티베트 독립운동으로 죽어간 영혼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세계 최초의 시네댄스 무비 ‘Peace in Tibet’이 11일 오후 7시 영화공간 주안에서 인천시민들과 만난다.

2008년 ‘배다리 리포트’로 이목을 끈 사유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신작으로, 지난 4월 3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인도 다람살라의 한 사찰에서 열린 ‘분신희생자 추모 및 평화기원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억울하게 죽은 자들을 달래주는 티베트 불교의식인 ‘화공’과 한국에서 추모식을 찾은 무용수(최경실)의 애잔한 ‘진혼무’를 비춘다. 여기에 현장의 세계인들과 함께한 ‘분신희생자 이름 불러주기’ 의식을 통해 영혼들을 어루만진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희생자들의 뜻을 되새기고, 동시에 ‘모든 존재들의 평안을 기원하며’란 영화의 부제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Peace in Tibet’은 그간 영화사에서 시도된 적 없는 ‘시네-댄스(영화-춤)’ 장르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 다큐영화의 방식인 내레이션·인터뷰·텍스트를 최소화하고, 최소한의 각본으로 자연스러운 장면을 촬영하는 ‘자연주의 영화 기법’ 또한 도드라지는 특징이다.

사 감독의 이번 영화는 ‘햇살댄스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세계사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중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 대량 학살, 즉 제노사이드(genocide)와 관련된 일련의 무용연작 프로젝트다.

앞서 감독은 2012년 ‘광주 5·18’을 주제로 영상을 제작했으며 그해 광주국제영화제에 초청 상영됐다. 내년부터는 매해 제주 4·3사건, 나치의 유태인 학살 등을 다뤄나간다는 계획이다.

사 감독은 “티베트 분신에 관한 영화지만 역사물이나 시사영화처럼 과도한 해설과 안내를 지양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영화 기법을 통해 그들의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며 “영화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인지하고 그들의 독립을 기원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장편 다큐멘터리 ‘David Star’로 데뷔한 그는 ‘People of Return(2006)’, ‘배다리 리포트(2008)’ 등을 제작하며 인문사회 분야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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