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 김금화 선생의 굿 공연을 본 외국인들은 ‘이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 자체를 의아하게 여기더군요. ‘무당’과 ‘굿’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한국의 시선과는 정말 천지 차이죠. 제 영화로 그 간극을 좁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장 컸어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 무당이자 동양의 미를 전하는 예술가, 나라만신 김금화(82·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 그녀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삶의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단꽃길’이 오는 17일 개봉한다.

감독은 지난 2007년 영화공간 주안의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지난해 초부터 관장 직을 맡고 있는 김정욱 씨다. 그는 입봉작(데뷔작)으로, 그것도 경쟁자들이 차고 넘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영화계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는 인물이 됐다.

영화는 파란 눈의 신딸 안드레아 칼프(독일인)가 미국 하와이에 차린 ‘신당’에서 펼쳐지는 씻김굿으로 시작해 천대의 시선과 핍박으로 얼룩졌던 김금화의 과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또 프랑스에서의 진오귀굿, 연안부두의 대동굿, 금화당에서의 내림굿, 소래포구·대명항에서의 배연신굿 등 다채로운 굿 장면을 통해 전통예술가로서의 만신 김금화의 활약을 담았다.

특히 그녀를 ‘종교자이자 예술가이고, 치료자이자 어머니, 선생님은 모든 것이다’라고 말하는 외국인 신제자들과 굿 공연의 신명을 오롯이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김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한다.

김 감독은 “선생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무속문화의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공연예술로서의 굿, 전통예술가로서의 무당’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우리가 터부시하는 굿이 반대로 해외에서는 더없는 예술로 인정받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시작한 영화는 3년여의 촬영과 1년여의 편집, 또 1년여의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왔다. 일주일 차이로 개봉하는 다큐 영화 ‘만신(감독 박찬경)’과는 ‘만신 김금화’라는 같은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지만, 김 감독의 ‘비단꽃길’은 단순 ‘무당의 삶’이 아닌 ‘예술’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풀었다는 점에서 그 괘를 달리한다.

김 감독은 “내가 만난 김금화 선생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인생을 같이한 대단한 분”이라며 “큰 틀에서 박 감독이나 저나 선생에 대한 기록을 하는 것인 만큼, 두 영화가 ‘김금화’라는 인물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첫 영화의 늦어진 개봉으로 인해 그의 두 번째 다큐 영화 ‘어떤 여행’은 이미 편집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인천문화재단이 시민들과 함께 만든 시민창작뮤지컬의 시작과 과정, 그 결과물까지 담은 작품이다. 이제 그는 ‘공유와 소통’을 베이스로 한 인천의 공연예술을 다룬 다큐 연작 3편과 장편 극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제 영화 ‘비단꽃길’이 관객들로 하여금 굿을 공연예술로 받아들이고, 또 무당·만신들을 전통예술가로 받아들이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더 욕심을 내자면 영화 분야뿐만 아니라 공연전문가들의 관심 속에 김금화 선생의 예술성을 조명한 무대작품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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