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가 이번에는 감독으로 변신했다. 하정우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그의 첫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가 17일 극장가에 걸렸다.

비행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담긴 개성 넘치는 인물들, 장면 장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유머가 돋보이는 코미디영화다.

영화 ‘육두문자맨’으로 일약 한류스타가 된 마준규(정경호 분)는 일본에 일정이 있어서 갔다가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바비항공 비행기에 오른다.

오만하고 이기적인데다 결벽증까지 지닌 마준규는 스캔들 기사가 터져 심기가 불편한데, 비행기에 타자마자 승객들의 사진, 사인 요구에 짜증이 치민다.

게다가 마준규가 탄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틈만 나면 목탁을 치는 스님(김병옥), 마준규의 거동을 살피는 수상한 진상 승객(최규환), 마준규의 영화에 투자했다며 마준규를 깔아뭉개는 짜사이항공사 회장(김기천)과 비서, 과도한 애정 행각을 벌이는 신혼부부 등 온통 마준규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이상한 사람들뿐이다.

이상한 승객들 틈바구니에 시달리다 한 시간이 지나고 기장(한성천)은 김포공항 착륙을 알리는데, 이때부터 진짜 고난이 시작된다. 태풍의 강한 기류 때문에 착륙을 세 차례나 실패하고 비행기에는 연료마저 떨어진다. 롤러코스터처럼 춤추는 비행기 안에서 마준규는 완전히 패닉에 빠진다.

영화는 대세 배우의 감독 데뷔작인 만큼 개봉 전 언론과 관객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베일이 벗겨진 이후 ‘생각 없이 웃다 보면 영화가 끝난다’고 할 정도로 그 반응도 좋다.

영화를 견인하는 힘은 쉴 새 없이 웃음폭탄을 날리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잠깐 한눈 팔면 놓칠 정도의 ‘속사포 대사’들이다.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의 단조로움을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극복하고, 또 각 캐릭터와 일체화한 듯한 배우들의 색깔 있는 연기는 하정우식 코미디를 제대로 살려냈다.

특히 주인공 마준규 역을 맡은 정경호는 인기 스타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진 위선적인 면모를 웃음으로 녹여내는 데 있어 모자람이 없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전반부의 생동감에 비해 비슷한 패턴의 개그가 반복되면서 느껴지는 후반부의 느슨함 정도다.

저예산으로 만든, 더구나 데뷔작치고는 크게 흠 잡을 데 없는 작품을 선보인 감독 하정우는 차기 연출작 ‘허삼관 매혈기’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놨다.

영화 ‘롤러코스터’는 정식 개봉에 앞서 지난 12일 폐막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관객과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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