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를 이끄는 제프리 카젠버그 최고경영자(CEO)는 18일 "한국적인 소재로 기획·개발하는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말했다.

카젠버그 CEO는 이날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좋은 스토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고, 아시아에서도 스토리나 아이디어가 발굴되고 있다. 그런 좋은 콘텐츠를 찾아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획 개발 중인 소재는 영업 비밀"이라며 다만 "한국의 역사적인 인물이나 캐릭터를 가지고 영화를 발전시키려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1973년 파라마운트 우편물 발송담당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불과 8년 만에 파라마운트 제작담당 사장으로 승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4년에는 월트디즈니 컴퍼니 사장에 취임하는 등 성공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1994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를 세웠다. 현재 '픽사'와 함께 세계 애니메이션계를 양분하는 회사다.

 

CJ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포럼 참석차 내한한 카젠버그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뽀로로'는 한국의 높은 제작 퀄러티를 보여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가 됐다"며 높게 평가했다.

그는 "머지않아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국에서 나오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젠버그는 지난 7월 중순 개봉해 성공한 '터보'의 차기작을 "한국에서 상당 부분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터보'는 전 세계적으로 2억 629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히트작이다.

또 한국과 합작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는 중"이라며 "한국은 기술이 뛰어나고 창조적인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늘 주목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모바일 등으로 미디어환경이 확장하면서 '픽사'나 '드림웍스' 같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강자뿐 아니라 소수 제작사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10년 전 세계 영화 흥행 10위에는 애니메이션이 기껏해야 1편 정도 들어갔다. 지금은 3-4편 정도"라며 "시장이 지난 몇 년간 수 배 성장한 만큼,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문제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경쟁을 통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3D 기술 무용론에 대해선 "3D의 성공 여부는 영화의 퀄러티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3D기술에 대한 부정적 기술도 나왔는데, 최근 '그래비티'가 나오면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며 "퀄러티만 좋다면 3D는 계속해서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D는 관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전해줄 수 있는 좋은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반 전에 마틴 스코시즈가 제작한 영화부터 '라이프 오브 파이', '그래비티'를 봤을 때, 3D의 기술과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드림웍스'는 '슈렉' 시리즈 '쿵푸팬더' 시리즈, '마다가스카' 시리즈를 비롯해 '드래곤 길들이기' '크루즈 패밀리' '개미'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히트시켰다.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림웍스의 철학은 무엇일까.

"드림웍스가 추구하는 건 웃음입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스토리는 웃음에 기반한 스토리를 만드는 겁니다."

한편, 카젠버그는 기자간담회 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창조경제 시대 사랑받는 문화콘텐츠 전략'을 주제로 열린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 대담에 참석했다.

이들은 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을 통해 탄생한 글로벌 콘텐츠 제작 과정, 창의적 콘텐츠 노하우, 아이디어의 원천,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 등에 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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