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운봉 인천시 동구의회 의장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달 동구청 기획감사실에서 2014년 의정비 결정기준과 안전행정부에서 지역의 재정과 의원 정수 인구를 반영한 기준액도 통보받았다.

그러나 내년 의정비를 올해와 같이 동결하기로 결정됐다. 현재 얼어붙은 지역경제는 온기가 흐르지 않고 이에 구의 지방재정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7명의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으로 구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작으나 이 또한 재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라면 지방의원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 올해도 안전행정부는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여론조사를 통해 지역의 재정지수·인구수·의원정수들을 고려해 책정한 의정비결정기준액 상·하한 20% 범위 내에서 편성토록 하는 지침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금의 의정비 결정절차는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특히 동구처럼 의정비기준액 자체가 낮게 책정된 자치단체는 더욱 그러하다. 매년 의정비의 결정을 위해 사용되는 심의위원 수당과 설문조사비용 예산이 의정비 인상액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즉, 의정비는 기준액에서 1%만 인상하더라도 이에 수반하는 절차에 드는 비용은 수백만 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자치의 본질적 의미에 비춰 지역의 제반여건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정비를 책정한다는 명분은 있다.

하지만 이것도 따져보면 중앙정부의 기준액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수준이니 크게 생색낼 만한 것도 아닐 것이다.

안행부에서도 이러한 제도의 맹점을 깨닫고 의정비 결정주기를 현행 1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령개정을 추진 중이며 이에 따른 의정비 인상률은 공무원 보수 인상 폭에 맞춰 결정될 것이라 한다.

이처럼 제도가 정비된다면 매년 의정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이나 소모적인 행정절차에 필요한 비용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는 지방자치의 본질적 측면에서 더욱 중앙에 예속적인 측면이 강화된다 할 것이다.

첫째는 그만큼 의정비 결정과정에 지역주민의 참여기회는 줄어들 것이며 의정비 조정과정에서 의정비에 대한 주민의 곱지 않은 시선과 이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개선해 가는 과정이 바로 자치의식이 성장하는 과정이라 한다면 그러한 고민과 개선의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고 더 나아가면 지방의회는 스스로 의정비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4년마다 한 번씩 의정비를 결정하는 제도가 시행된다면 오히려 한 번에 과도한 인상을 추진할 개연성 또한 크고, 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주민과 지역에서는 더한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의정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고자 한다면 의정비는 공무원보수처럼 법제화해 정액을 지급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지방자치의 본질에서는 멀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자명한 것은 이도 저도 아닌 지금의 의정비 결정방식은 개선돼야 하고 의정비 수준 또한 현실화 돼야 한다. 이는 결국 의원은 의정비에 맞게 의정활동을 펼치고 주민들은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즉, 의정비심의위원회를 내실화해 서면심의에서 벗어나 의정활동의 모습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정례회 동안 자치입법활동, 예산안 심의과정에 의원들의 활동사항을 심의위원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보는 것도 의정비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들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전국의장단협의회를 통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지방의회 사무직원 인사권 독립, 지방의원 보좌인력 도입,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한 제도개선은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는 쉽지만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개선책을 내고 고쳐 나가는 것은 어렵다. 벌써 6대 의회의 임기가 8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그간의 의정활동으로 불합리한 점들의 개선을 촉구하고 노력해 7대에는 우리 지방의회와 지방자치가 한층 더 어른스러워졌으면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