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을 만큼 자신을 괴롭혔던 동급생을 20년이 지나 만난다면 어떨까. 왕따 등 학교폭력의 폐해와 그 후일담을 다룬 영화 ‘응징자’가 31일 개봉했다.

‘내사랑 싸가지(2004)’와 ‘웨딩스캔들(2012)’ 등을 연출한 신동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그 제목처럼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이야기다.

창식(양동근 분)의 끊임없는 괴롭힘 속에 왕따로 살아가는 어린 시절의 준석(주상욱). 창식으로 인해 삶의 유일한 희망마저 사라지자 그는 완전히 무너진다.

그로부터 20년 후. 주차요원으로 일하던 준석은 외제차를 주차하러 온 창식과 우연히 만난다.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창식은 대기업 팀장에 의사 약혼녀까지 둔 성공한 인물이 됐지만 반대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준석은 변변한 직장조차 없는 처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자신을 괴롭히던 창식을 한눈에 알아본 준석, 하지만 창식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친구를 괴롭힌 사실을 모두 잊어버린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20년간 마음을 채웠던 분노를 가까스로 추스른 준석은 창식에 대한 복수를 치밀하게 계획한다.

영화는 초반 창식의 가혹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준석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창식의 행위에 분노가 치민다. 심지어 넉 놓고 당하는 준석에게 화가 쌓일 정도다.

그렇게 억눌린 감정이 준석의 복수 과정에서 말끔히 해소됐다면 영화는 상업영화로서 꽤 그럴듯한 요소를 갖출 법했다. 하지만 복수 과정이 상당히 밋밋할 뿐더러, 액션에 치우친 탓에 인물들의 심리가 세밀하게 표현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다만, 기존의 ‘실장님’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진 주상욱의 열연과 양동근의 감칠맛 나는 악역 연기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신동엽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폭력은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되풀이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단순히 말하자면 인과응보의 이야기다. 결국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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