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날들이 있다. 11월에 대한 느낌은 특히 그렇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과 차가워진 가을 공기는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급작스레 전해주는 듯하다.

그렇게 문득 시간의 속도를 깨닫게 되면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추억의 페이지가 하나씩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날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가을밤의 주황색 등불처럼 하나둘씩 켜진다.

오늘 소개할 영화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롭 라이너 감독이 전하는 1959년 여름, 소년 4총사의 성장기를 만나 보자.

문학소년 고디, 2차 대전에 아버지를 잃은 테디, 뚱뚱하고 겁 많은 벤 그리고 골목대장 크리스는 죽마고우 4총사다.

미국 오리건 주 캐슬락이라는 작고 가난한 시골마을에 사는 소년들은 실종된 한 청년의 시신이 있는 위치에 대해 우연히 듣게 된다.

 대대적인 경찰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한 실종자였기에 이들 4총사는 그 시신을 찾아 마을의 영웅이 되고자 길을 나선다.

한창 개구쟁이 악동 기질이 넘치는 12살 소년들은 영웅이 돼 유명해지고 싶었다. 어쩌면 이들의 영웅심리는 어린아이가 아닌 당당하고 힘이 있는 어른이 되고 싶은 사춘기의 욕망이 불러온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작은 마을일지라도 자신들에게는 전세계와도 같았던 마을을 벗어난 이들의 첫 여정은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꼬박 하루 동안 걸어야 하는 먼 거리에 배고프고 지친 아이들 앞엔 생각지도 못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러나 치고 박고 싸우던 소년들은 매 고비마다 서로를 챙기고 도와가며 마침내 실종자 수색에 성공을 거둔다. 이제 영웅이 돼 승리의 기쁨에 도취될 순간, 아이들은 영웅이 되길 내려놓는다. 익명으로 실종자 신고를 마친 소년들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세상을 향한 이들의 첫 번째 모험은 아이들 저마다의 가슴에 우정과 추억, 삶과 죽음, 용기와 배신에 대해 깨닫게 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됐다.

이제는 12살의 소년이 아닌 12살의 자녀를 둔 아버지로 성장한 4총사. 세월이 흘러 사는 곳도, 생활하는 환경도 달라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채 드문드문 서로에 대한 소식만 전해 들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가슴 깊은 곳에 새겨진 30여 년 전의 추억은 여전히 여름빛으로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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