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데뷔작 ‘돼지의 왕’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 ‘사이비’가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의 보상금을 노리는 장로 최경석(권해효 목소리 연기)과 그를 돕는 목사 성철우(오정세),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주정뱅이 폭군 김민철(양익준)을 중심으로 인간 믿음의 허상과 위험성을 날카롭게 꼬집은 작품이다.

수몰 예정지역인 작은 시골 마을, 삶의 터전을 잃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마을 사람들 앞에 젊은 목사가 나타난다.

자신을 장로라고 소개하는 남자 최경석은 목사 성철우에게 새 교회를 지어주겠다며 마을 사람들이 헌금을 하도록 유도하게 한다. 철우의 기도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점점 목사에 대한 칭송이 꼬리를 물며 마을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런 가운데 마을 사람들이 기피하는 인물 김민철이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다. 민철은 집에 오자마자 딸 영선(박희본)이 대학 등록금으로 마련해 놓은 통장을 들고 가 노름으로 써 버린다. 민철은 돈을 돌려 달라는 딸에게 발길질로 갚음한다.

민철은 시내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경석과 시비가 붙는데, 경석이 자신을 때리고 떠나자 앙심을 품는다. 술집 주인 손에 끌려간 파출소에서 수배 전단에 경석의 얼굴이 사기범으로 올라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들에게 얘기하지만, 술집 주인과 경찰들은 모두 민철을 술주정뱅이 취급하며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민철은 마을로 돌아와 교회에서 경석이 장로 행세를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가짜라고 소리치지만, 역시 아무도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말리는 딸을 때리는 민철을 보고 사탄에 씌었다며 손가락질하고 민철에게 자신의 뺨을 내미는 목사를 더욱 추앙하게 된다. 이후 민철과 경석의 대립각은 더욱 커진다.

영화는 행실이 악하다는 이유로 진실을 말할 자격조차 박탈당한 자와 사기를 칠 목적으로 교회에 들어왔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사기꾼 장로 중 과연 ‘누가 나쁜 사람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실사로 만들어져도 좋았을 만큼 인물들 간의 팽팽한 갈등 구조와 긴장감이 돋보이고,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적 고민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연 감독의 전작 ‘돼지의 왕’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다시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올해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미국의 AFI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상영시간 100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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