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발현하고 싶은 이는 비단 스타들만이 아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의 유무는 학교생활의 핵심이라고 한다.

어떤 분야에서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남들보다 튀는 지위를 획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존재감이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존재 증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절대로 튀지 말 것. 무리에 묻힐 것을 요구받는 사람들, 바로 코러스들이다. 무대 위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기꺼이 배경이 돼야 하는 코러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모든 코러스들도 언제나 자신의 삶에선 빛나는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오늘은 거대한 무리가 하나돼 존재감을 발하는 코러스들의 애환을 담은 뮤지컬 영화 ‘코러스 라인’을 소개한다.

미국 뮤지컬의 중심,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에서 코러스 단원을 뽑는 오디션이 열렸다. 1970년대 TV의 보급과 인기로 인해 황금기가 지나버린 뮤지컬 시장엔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수백 명의 댄서들이 단 8명만을 선발하는 오디션을 위해 모여든다.

코러스 배역을 따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발된 17명의 댄서들. 감독은 이들 중 최종 인원을 선택하기에 앞서 그들의 춤과 노래가 아닌 개인사를 듣고자 한다.

 언제나 배경이 돼 자신의 존재를 묻어야만 했고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지워 버리는 게 더욱 익숙했던 코러스 라인의 사람들은 감독의 질문이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오디션을 반드시 통과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이들은 난생처음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들 각자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 개개인 모두가 주인공이 돼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마지막 오디션 참가자 캐시의 등장은 오디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마치 불청객처럼 나타난 캐시. 왕년의 뮤지컬 스타였던 그녀는 부푼 꿈을 안고 할리우드로 진출하지만 그 도전은 실패로 마무리된다. 방황하던 캐시는 마음을 다잡고 신인의 마음으로 코러스 오디션에 도전한다.

그러나 주인공이었던 캐시의 튀는 스타일은 코러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감독의 질책이 끝없이 이어진다.

주인공과 배경이 되는 사람은 다르다는 감독의 독설에도 캐시는 오디션을 멈추지 않는다. 주인공이든 그렇지 않든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그 순간 느껴지는 환희와 즐거움이 자신을 숨쉬게 하는 원동력임을 다른 코러스 멤버들처럼 캐시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무대에 선 코러스 단원들은 황금빛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전체가 하나돼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 이들의 빛나는 무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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