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제게 풍물은 참 신기한 음악이었어요. 힘들게 농사일을 하던 어르신들이 풍물만 울리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거든요. 막걸리 한 사발과 흥겨운 우리 음악, 시름과 노고를 잊은 행복한 표정들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지난 1984년 한국민속촌 농악단에 스카우트돼 프로생활을 시작한 지 30여 년. 사물놀이 ‘진쇠’ 예술단의 북 연주자이자 진쇠 인천지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윤구(48)씨는 풍물을 처음 접한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지었다.

고교시절 처음 북을 잡은 그는 ‘뜬쇠’로 명성이 자자했던 고(故) 송순갑 선생과 호남우도 명인 정인삼 선생, 국제적 재인으로 이름 높은 김덕수 선생을 스승으로 모셨다. 또 그간 대통령 취임식과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천지진동 사물 대합주 공연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 세계 오대양 육대주에서의 수백 회 공연을 통해 북 연주자로서 명성을 쌓았다.

1997년부터 자리잡은 인천에서는 부평문화원에서 풍물을 가르친 것을 시작으로 서구풍물단 예술감독, 남동풍물단 예술감독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도 그는 ‘아리랑 전통연희단’으로 부평·계양 지역민들에게 풍물을 전수하고, 중앙대·가천대·원광대 등지에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인천에서 양성한 전문 음악인들만 50여 명. 하지만 지역의 전통문화, 전통예인 양성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 씨는 “인천에 풍물을 즐기는 인구만 2천여 명, 가르치는 전문가들도 150명이 넘는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전문적인 수학을 위해 서울로 진학하는 등 지역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초·중·고 교육과정의 단계별로 전통문화를 가르치지 않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지역민들에게 풍물·국악·무용 등 전통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지역의 풍물축제에서도 타지의 예술인들이 무대에 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교에 전통예술 교육 프로그램과 시립 전통예술단을 만드는 등 지역 색을 덧입힌 전통예술을 계승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 씨는 시대의 흐름과 애환을 함께한 풍물·사물놀이를 서양음악보다 낮게 인식하는 현 세태에 대해서도 말을 더했다.

그는 “실제 사물놀이는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이라며 “우리가 우리 것을 좀 더 아끼고 보다 폭넓게 공유한다면 전통 계승은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으로도 이 씨는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목표로 지속해 사물놀이를 알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여전히 일 년의 반절을 외지에서의 공연으로 보낸다는 그는 “세계 곳곳에서 꽹과리·장구·북이 울리는 그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더불어 인천시민들이 전통음악을 더욱 즐기고 아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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