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그야말로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해’였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 3연승 등 6승을 쓸어 담아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것은 물론,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라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태극낭자 군단’은 지난해 9승을 합작해 부활을 알린 데 이어 올해는 박인비의 활약을 앞세워 11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상금왕과 최저 타수상을 휩쓸어 한국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박인비는 올 시즌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인물로 우뚝 섰다.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그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제패해 2008년 US여자오픈 이후 약 5년 만에 ‘메이저 왕관’을 썼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4월 15일에는 세계랭킹 1위에 등극, 이달 18일자 랭킹까지 32주간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는 2010∼2011년 25주간 1위에 오른 신지애(25·미래에셋)를 넘는 ‘한국인 최장’ 기록이다.

 기세가 오른 박인비는 다시 3주 만에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우승하며 순식간에 시즌 3승을 달성했다.

 6월 들어 박인비의 상승세는 절정에 달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와 연장 혈투 끝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더니 한 주 쉬고 아칸소 챔피언십에서는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연장 승부를 펼쳐 시즌 5승을 기록했다.

 이어 US여자오픈마저 석권하면서 무려 63년 만에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시즌 6승째로 2001·2002년 박세리가 남긴 한국 선수 시즌 최다 우승 기록(5승)도 갈아치웠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한 해 4개의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러나 두 대회에서 중위권에 머물러 아쉽게 도전을 멈춰야 했다.

 이후 박인비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해 각종 타이틀 경쟁에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의 추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2개 대회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고, 상금왕(245만6천290달러·약 26억612만 원)까지 가져갔다.

 한국 선수가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것은 2009년 신지애, 2010년 최나연이 있었으나 한 선수의 2연패는 박인비가 처음이다.

 박인비를 위시한 한국(계) 선수들은 역대 최다 우승인 2009년 12승에 하나 모자란 11승을 합작했다.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신지애가 우승하며 상쾌하게 출발했고, 박인비가 6승을 휩쓸어 강세를 주도했다. 여기에 이일희(25·볼빅),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 양희영(24·KB금융그룹)이 1승씩 보탰다.

 미국 진출 이후 큰 빛을 보지 못하다 감격을 누린 선수가 많았다.

 2010년 LPGA 투어에 진출한 이일희는 5월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려 박인비, 신지애 등 88년생 동갑내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희영은 7월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20개월 만에 LPGA 투어 두 번째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대회에서 박희영의 72홀 기록인 258타는 역대 LPGA 투어 최소타(타수 기준) 타이 기록이다.

 양희영은 10월 한국에서 열린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 2008년 데뷔 이후 이어진 ‘무관의 설움’을 떨쳤다.

 신지애는 호주여자오픈 우승으로 여전한 저력을 보였고, 리디아 고는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아마추어 최강자로 군림하던 리디아 고는 25일 막을 내린 시즌 마지막 대회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러 ‘슈퍼 루키’의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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