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모두 함께 박자를 잘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앙상블이 되는 거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천방지축 24명 아이들의 겁 없는 도전을 담은 다큐영화 ‘안녕?! 오케스트라’가 28일 개봉했다.

악보도 제대로 읽을 줄 몰랐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리처드 용재 오닐을 만나면서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 선욱이, 상상 속의 친구와 대화하는 원태, 가끔 아빠가 그리운 마리. 아이들은 겉보기엔 그저 천진하고 밝아 보이지만, 어린 나이에 벌써 가슴 깊이 숨겨 둔 아픔이 하나씩 있다.

부모 중 한쪽이 집을 나가고 한쪽은 세상을 떠나 할머니·할아버지 손에 길러지거나, 아버지의 폭력으로 부모가 이혼한 경우 등 집안의 문제도 문제이거니와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 발음이 조금 어눌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 마음을 닫아버렸다.

이처럼 나이, 성별, 성격도 각각인 아이들이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기 위해 모인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아이들의 멘토이자 총지휘자가 되기로 한다. 아이들은 “괜찮아. 그건 너희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 주는 용재 오닐 선생님에게 금방 빠져들고, 용재 오닐 또한 아이들의 조건 없는 사랑에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백인들만 사는 동네에서 장애인 엄마를 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동네 아이들에게 멸시와 놀림을 받던 용재 오닐의 아픈 기억은 아이들과의 특별한 교감으로 작용한다.

영화는 우리가 스스로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 앞에서 그저 주저앉아 버리지는 말자고 다독여 준다.

또 음악에 집중하고 사람들과 함께 앙상블을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움은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위로받는 사람은 이 오케스트라의 아이들만이 아니다. ‘안녕?!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공연이 끝났을 때, 짧게나마 이들의 지난 1년여를 지켜본 관객들 역시 가슴의 응어리가 치유되는 느낌을 전달받는다.

영화는 지난해 9월 MBC에서 4부작으로 방영돼 호평받았던 동명의 프로그램을 이철하 감독이 연출을 맡아 85분 분량으로 다듬었다. TV 방영에서와 달리 내레이션을 없애고 대신 용재 오닐의 이야기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맞닿는 부분을 교차시키는 데 주력했다.

한편, TV 다큐는 지난 25일 미국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에서 열린 국제 에미상 시상식(The International Emmy Awards)에서 아트프로그램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85분. 전체관람가. 영화공간 주안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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