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한 드라마의 인기가 뜨겁다. 1994년을 배경으로 스무 살 남녀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 ‘응답하라 1994’. 개성 있는 7명의 캐릭터와 20년 전을 추억할 수 있는 그때 그 시절의 소품들은 이 드라마의 재미를 한껏 높여 주고 있다.

그러나 추억의 타임머신을 작동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드라마에 삽입된 다양한 음악들이다. 1994년에 들었던 노래들은 당시를 기억하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기억의 저편에 묻혀 있었던 추억들은 음악과 함께 그렇게 다시 되살아난다.

오늘 소개할 영화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는 음악이 작품의 중심이라는 것과 팬들과 30여 년을 함께했다는 공통점으로 드라마와 연관지어 이 칼럼을 시작했지만, 이 작품은 서정적이고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달콤한 발라드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젊음, 뜨거움, 열정, 반항, 저항으로 부를 수 있는 거친 헤비메탈의 세계가 오늘 우리가 이 작품과 함께할 키워드라 하겠다.

1983년에 데뷔한 이후 30여 년을 헤비메탈의 지존으로 군림해 온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밴드가 바로 메탈리카다. 영화 ‘스루 더 네버’는 이들의 데뷔 30주년 기념공연을 영화적 판타지와 결합한 작품이다.

공연 영상은 2012년 여름 캐나다 밴쿠버와 에드먼튼에서 있었던 두 차례 공연을 하나의 콘서트처럼 연결해 완성했다. 마치 92분간 펼쳐지는 장편의 뮤직비디오와도 같은 이 영상은 스케이드보드를 타고 등장하는 메탈리카의 로드메니저 트립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공연에 사용될 중요한 물건을 받아오라는 미션을 받은 트립의 여정은 이 작품의 큰 줄거리로 미스터리 판타지처럼 흘러가는 트립의 기괴한 여정 위에 메탈리카의 공연 영상들이 절묘하게 교차되며 이야기도, 공연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트립이 겪는 판타지 장면들은 짧지만 의미있게 역할을 수행하며 곡과 곡 사이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공연 실황 영상이 주는 곡과 곡 사이의 느슨함을 이 작품은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속도감 있으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구성으로 완성해 낸다.

데뷔 30년 기념공연이니 모든 멤버들은 50을 넘겨 환갑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연주와 노래는 여전히 파워풀하며 거친 남성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지축을 흔드는 듯한 강렬한 드럼 비트와 날카로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의 퍼포먼스는 90분 내내 관객들의 심장을 쉴 새 없이 두드린다.

헤비메탈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연주와 더불어 화려한 무대 구성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이 영상을 대형 극장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 감동은 현장에서 공연을 즐기는 것과 가까운 만족도를 선사해 줄 것이다.

이 가을, 낭만과 우수에 젖는 것도 좋지만 성난 맹수처럼 거칠게 포효하는 열정에 몸을 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메탈리카와 헤비메탈의 사랑은 팬은 물론이고 넘치는 에너지와 콘서트의 생생함에 대한 새로운 화법을 만나고 싶어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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