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2014년 6월에 열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는 시군구의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4월 국회의원선거를 내다보고 충청지역의 유권자나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의 의원정수를 대폭 늘려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충청지역 유권자가 호남지역 유권자보다 더 많아지는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의원정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선거를 미리미리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총수나 시군구의원총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구의 증감 등을 반영해 선거구를 획정하면 서로 다툼이 벌어지고 때때로 과정이 마비되곤 한다. 한쪽에서 선거구가 늘어나면 이에 따라 선거구가 줄어드는 쪽이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특히 2016년 국회의원 선거구획정문제는 앞으로 매우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선거구 획정과 같이 제로섬(zero-sum) 상황을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권위있고 중립적인 기관에게 맡겨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일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지혜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선거구 획정권을 기존의 국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로 새로 이관시키자고 법안을 발의한 것은 존중을 받아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4조를 보면 “① 국회의원지역선거구와 자치구·시·군의원지역선거구(이하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라 한다)의 공정한 획정을 위하여 국회에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시·도에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각각 둔다”고 해놓았다. 그러나 이 조항은 말이 안 된다.

 공정하게 심판 노릇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선수들이 모여 있는 국회에 맡겨 놓았다. 이에 비해 시구군선거구획정위원회는 시·도에 맡겼다. 국회의원과 시군구의회의원 사이에 일관성도 없는 것이다. 이참에 모든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전문적이고 공정성을 갖춘 선거관리위원회에 모두 맡겨야 한다. 

그리고 현행 공직선거법 제24조 제7항에는 “선거일 전 6개월까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장에게,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시·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선거직전 후보자 등록을 앞둔 시점까지도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서로 자기 정당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고자 국회에서 다투다보니 시한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보가 자신의 선거구가 어디까지인지, 심지어 자기 선거구가 있기는 한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의 선거구 획정은 너무 자주 하도록 되어 있다. 매 선거마다 선거구를 획정하다 보면 인구의 증감 등을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러한 장점보다는 정쟁과 마비의 계기로 돌변하는 단점이 더 크게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끝자리가 0으로 되는 매 십년마다 인구 총조사를 해 그 결과를 기초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국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한다.

그 결과는 끝자리가 2로 되는 해에 실시되는 선거부터 적용된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보다 장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해 예측가능하게 선거를 준비하게 돕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희망해본다.

한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전 세계적으로 선거관리에 있어서는 이미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성을 인정받아 권위를 쌓고 있다. 한국의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소명의식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들이 집결되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선거뿐 아니라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구 획정작업을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예측가능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맡기는 것이 한국의 국회와 정치의 후진성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