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들판은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고 햇과일과 햇곡식은 풍성하며 서로 떨어져 있던 가족이나 친척들의 그리운 얼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추석은 참 좋은 명절이다. 삽상한 저녁에 햅쌀로 빚은 반달 송편을 먹으며 연중 달빛이 가장 좋다는 추석달이 둥실 떠오르는 것을 보노라면 힘겹게 일상을 살아내느라 삭막했던 마음도 넉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올해 추석을 맞는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잦은 비와 저온의 기상 이변이 불러온 일조량 부족과 병해충 확산으로 농작물의 생육이 부진해 농부들은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는 커녕 허탈감에 손을 놓고 있다. 경기침체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도시근로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는 추석연휴가 4~5일씩 되지만 회사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액수도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주머니가 가벼우니 돈쓸 일 많은 명절이 즐겁기 보다는 두렵기만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추석 대목을 맞아 사람들로 붐벼야 할 재래시장이 한산하고 썰렁한 데서도 올해 추석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 각종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길은 유례없이 썰렁하기만 하다. 갈수록 세상 인심이 사나워지고 각박해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추석연휴 해외여행과 골프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들의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그러니 복지시설에 수용돼 있는 이들이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재를 당한 이들은 추석명절이 여느날보다 더욱 쓸쓸하고 서러운 날로 여겨질 법도 하다.
 
그래도 추석은 설과 함께 일년에 두번 밖에 없는 큰 명절이니 올해도 4천만명의 민족대이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성들여 장만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을 찾아 뵈며 가족과 이웃간의 정을 재확인하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너나 없이 살림살이가 어려운 올해 추석은 우리 모두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지만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 함께하는 명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소외되거나 가난한 이웃을 돕지는 못할 망정 과시적인 소비행태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명절에는 거북놀이 같은 민속놀이를 통해 마을을 돌며 음식이나 곡식을 거두어 가난한 이웃에 전할 줄 알았던 조상들의 지혜로운 공동체의식을 되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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