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모티브로 다룬 영화 ‘변호인’이 오는 19일 개봉한다. 캐스팅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으며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1980년대 초 부산, 돈 없고 가방끈 짧은 세무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그로부터 변화되는 삶을 그린다.

대전지법 판사를 그만두고 부산으로 내려와 변호사를 개업한 송우석(송강호 분).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던 탁월한 사업 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10대 건설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앞에 둔 송변.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 때문에 교도소를 찾아간 송 변호사는 혹독한 고문에 이성마저 잃은 진우의 상태를 보고 분개한다. 그리고 진우가 읽었다는 이적물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밤새워 읽은 그는 인권변호사인 선배를 찾아가 진우가 연루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겠다고 자청한다.

영화는 1981년 군사정권이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조작한 용공사건인 ‘부림사건’이 소재다.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억압하는 사람들의 이중 구조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 가운데 돈만 밝히던 변호사가 학습과 변호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성장영화 공식에 맞춰 풀어냈다.

“데모하는 것들 공부하기 싫은 지랄병 걸려서 저러는 거 아냐. 세상이 그렇게 말랑말랑한 게 아냐”라고 말하던 속물 변호사는 시국사건 변호를 맡으며 “국가는 국민입니다”라고 절규할 정도까지 성장한다.

특히 고졸 출신 판사에서 부림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로 탈바꿈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낡은 건물을 사용한 배경과 당시 유행한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심지어 고문 방법까지도 세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한 점, 세속적인 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의 탈바꿈을 자연스레 연기한 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영화의 백미다. 다만, 다층적인 캐릭터 분석이나 긴장감이 줄어드는 후반부는 단점으로 꼽힌다.

양우석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일어났던 밀도 높은 시대인 1980년대에 상식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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