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인천’을 담아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용백.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사각 프레임에 백령도의 평화를 담았다. 최 작가의 개인전 ‘백령도, 평화를 품다’가 12일부터 18일까지 부평아트센터 갤러리에서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전시에 앞서 기자와 마주한 최 작가는 지난 3년간 계속된 백령도에서의 작업에 대해 소회했다.

섬 전체가 군사지역과 다를 바 없는 제약적인 환경에서도 수십여 차례에 걸쳐 ‘물때와 광선이 만나는 시간’을 기다려 얻은 결과물들은 한 폭의 진한 수묵화와 같다. 검은색과 흰색의 선명한 대비가 이뤄낸 역광의 효과다.

최 작가는 “철조망에 둘러싸인 거대한 군사지역이 아닌, 조선 광해군 때 충신 이대기 선생이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감탄한 백령도의 진면목을 담고 싶었다”며 “백령도 곳곳의 자연경관을 통해 ‘분쟁이 없던 태초의 평화’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갖은 수고스러움을 감내하고 얻은 작품들은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낸다. 작가는 경계가 지워진 한반도와 꼭 닮아있는 바위 틈 절경, 높이 솟은 바위에 걸터앉아 수평선을 응시하는 철새들의 모습에서도 평화를 찾아냈다.

그는 “작업 내내 백령도가 갖고 있는 자연자체가 평화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여느 때보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간절히 소망한 만큼 원하는 풍광들을 담을 수 있었다”고 웃어보였다.

백령도를 담은 이번 전시는 그가 계속해 이어갈 ‘섬 시리즈’의 일환이기도 하다. 앞서 작가는 ‘강화도 미래 신화의 원형’ ‘강화 사찰의 역사를 찾아서’란 작품전을 통해 강화도의 역사·문화를 선보였다. 내년에는 ‘끝나지 않는 변모, 송도 갯벌’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섬, 송도의 지난 10여 년간의 변화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작가는 그간 특유의 열정과 바지런함으로 37번의 개인전과 20여 차례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모두 인천의 변화상을 주시한 작품들로 ‘인간에 의해 변화’된 도시·생태의 변화들을 담고 있다. 이중 소래철교를 둘러싼 주변의 환경변화를 18년간 주시한 작품은 많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최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해온 ‘인천’에 대한 기록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서 비롯됐다”며 “앞으로도 개인적인 욕구보다는 공공성에 큰 의미를 두고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는 제 사진을 보며 인천이란 도시의 변화상에 감탄할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추억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며 “개인적으로는 제 작품이 ‘인간에 의해 변화된 환경’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맺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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