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네티즌들이 ‘외교통상부의 무능으로 탄생한 영화’라고 회자하는 새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지난 11일 극장가에 걸렸다.

2004년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체포돼 대서양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갇혀 756일을 산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빚보증을 섰다가 쫄딱 망한 종배(고수 분). 프랑스 공항에서 짐만 운반하면 목돈을 준다는 후배 문도(최민철)의 제안을 받고 일을 맡으려 하지만 아내 정연(전도연)의 반대로 그만둔다.

화가 난 종배는 집을 뛰쳐나가고, 정연은 밀린 집세를 내라는 집주인의 독촉을 받는다. 이리저리 마음이 다급해진 정연은 어쩔 수 없이 문도에게 일을 부탁하고,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짐을 운반하던 정연. 그러나 짐 안에는 엄청난 양의 코카인이 들어 있다. 이로 인해 경찰에 긴급체포돼 교도소로 향하고,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던 종수는 갑작스레 비보를 듣는다.

방은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주인공의 기구한 사연과 함께 자국민 보호라는 대사관의 중요 임무를 방기한 주불 대사관의 행태에 주목한다. 무성의한 행정처리로 정연이 1년 넘게 재판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나 국민의 기본 권리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대사관의 모습은 분노 그 자체다.

특히 법정에 선 그녀가 “제 가족에게 아내와 엄마를 돌려주세요. 저 집에 가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하는 장면에서는 그 누구라도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다.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의 심리적 고통에 온전히 빠져들게 하는 것은 배우 전도연의 열연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줌마, 두려움과 긴장감에 떨면서도 이 일만 끝내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찬 눈빛, 망망대해를 눈앞에 두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절망감 어린 표정 등을 완벽하게 소화한 전도연은 그가 왜 믿고 보는 배우인지를 증명해 보인다.

또 불운과 무능 탓에 아내를 교도소에 보낸 고수도, 전도연의 딸 역을 맡은 강지우도 절절한 가족애를 표현하는 데 있어 부족하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다소 길게 느껴지는 러닝타임이지만 한국인의 감성을 담은데다 소시민의 억울한 사연이 담긴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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