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평범한 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을 나눈 두 남녀의 이야기,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가 19일 극장가에 걸렸다.

미국의 거장 거스 반 산트 감독이 제작한 작품으로 201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됐고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교사이자 시인인 로렌스(멜비 푸포 분)와 2년째 교제 중인 프레드(쉬잔느 클레먼트). 어느 날 그녀는 ‘남은 일생을 여자로 살고 싶다’는 남친 로렌스의 고백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프레드는 있는 그대로의 로렌스를 받아들이려 노력하지만, 여장을 한 로렌스와 다니며 식당과 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빈번하게 마주하는 불필요한 모욕에 조금씩 지쳐간다.

정신적 방황에 휩싸인 프레드는 점점 로렌스를 멀리하게 되고, 어느 파티에서 만난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

영화는 남자의 충격적인 고백에도 지고지순한 여자의 사랑, 잠깐의 이별, 다시 재회 등 시간 순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을 스크린 위로 투영하며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한다.

때론 다른 이성을 만나기도 하고 글도 써 보고 아이도 키워 봤지만 심장에 각인된 추억을 잊지 못한 두 남녀의 끊을 수 없는 사랑, 무엇보다 평범했던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가 이해와 헌신으로 변하는 과정은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의 장점은 독특한 스토리 외에도 영상미에서 도드라진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영화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캐나다 출신 자비에 돌란 감독은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이미지, 클래식부터 테크노를 아우르는 방대한 음악, 공간의 크기에 따라 적절하게 배치하는 카메라 움직임 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다. 지적이고 세련된 남성에서 결국에는 여성으로 성전환하는 로렌스를 소화한 멜비 푸포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보고 있자면 문득 박수라도 보내고 싶어진다. 프레드 역의 쉬잔느 클레먼트가 화장을 한 로렌스를 변호하면서 식당 주인과 싸우는 장면에선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메가폰을 잡은 자비에 돌란 감독은 “이 영화는 근본적인 사랑 이야기에 대한 경외심, 불가능한 것에 대한 욕망, 멋대로 희망을 가지지 않는 사랑, 한계란 없는 그런 사랑, 그리고 오직 영화와 책, 예술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68분. 영화공간 주안 상영.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