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이전 가장 태평성대를 누린 시대는 요·순·우 3대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습양위를 타파하고 왕위를 현자에게 물려준 점이고 희로애락을 몸소 백성과 함께 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나라는 아들의 것이 아니기에 능력과 자질을 갖춘 현자에게 물렸던 것이다.

태평성대였던 관계로 문화도 크게 발달했다. 창혈이라는 사람이 한문글자를 창안해 낸 것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신선놀음처럼 여겨오는 바둑을 만들어 낸 것도 역시 요 임금시대다. 50년간이나 재위를 누리며 선정을 베풀어오다 자기 아들인 단주가 임금의 자질이 부족함을 알고 순이란 현자를 불러다 임금의 자리를 물려줬다. 백성과 똑같은 초가에 살면서 방안도 꾸며 놓지 않았다. 굶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도 끼니를 걸렀고 추위에 떠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도 같이 떨었고 죄지은 사람이 있으면 자기도 죄인처럼 괴로워했다. 제위를 물려받은 순 임금도 새벽 같이 농사짓는 일은 물론 현신 우와 함께 범람하는 황하의 치수공사로 백성의 피해를 막았다. 순 임금도 요제를 본받아 아들 상균을 배제하고 치수공사에 공이 있는 우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우는 국호를 `하'라고 정하고 오로지 국리민복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에겐 현명한 아들 셋이 있었으나 중신들의 반대에도 현자 백익에게 물려주도록 하라고 명했다. 이런 인사정책과 선정이 만약 오늘날에도 이어진다면 누군들 입에서 격양가가 흘러나오지 않겠는가. 치자와 피치자와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와의 관계와 같아야 한다. 물고기는 물의 혜택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지만 그러나 물고기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쳐 살아오면서도 정작 물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한다. 정치의 이상은 거기까지 가야만 `참된 선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노자는 이미 2천여년전에 그 같은 정치론을 주장해 왔다. 세 임금이 모두 백성과 동고동락 한 것과 제위를 내준 후 평민으로 돌아가 호구지책 정도의 농사 땅으로 만족했으니 얼마나 위대한가. 최근 대통령이 퇴임후 머물 안가가 초호화판으로 짓고 있다고 해서 말이 많다. `유종의 미'야 말로 현군이다.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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