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어찌된 일인지 비온 기억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추석연휴중 국토의 남동부지역을 덮친 태풍 매미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명절 기분을 싹 앗아간 이번 태풍은 초속 40m의 강풍에 폭우까지 동반한 매미의 위력에 순식간에 12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고 주택과 각종 시설물 붕괴, 도로, 철도 교량, 농경지 유실과 140여만가구의 정전 등 물적 피해도 천문학적이라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태풍 매미로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데다 기상조건마저 좋지 않아 흉년이 우려되는 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큰 피해까지 입었으니 더욱 그렇다. 특히 산업현장의 피해가 막심해 복구하는 데만도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부산항의 컨테이너부두의 대형 크레인들이 상당수 파손돼 항만하역에 지장을 받게 된 것은 심각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들어 화물연대의 잇따른 파업으로 인해 외국 해운사들이 기항지를 해외로 옮기는 등 타격이 컸는데 또다시 하역마비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자칫 부산항의 위상이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매미는 그동안 잦은 폭우로 피해를 입은 농어민이나 영세상인, 지난해 태풍 루사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지역 이재민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신속한 복구대책 마련과 인력자원이다. 정부가 총리주재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대통령이 피해현장을 방문해 재난극복의 의지를 보였다는 보도다. 여야도 초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마디로 모든 정쟁을 중단하고 국난극복의 국민적의지를 보일 때다. 우리 모두는 이제 자신이 실제로 태풍피해를 당했다는 심정으로 사태수습에 나서야만 한다.
 
이럴 때 일수록 가장 소중한 것은 국민모두의 지원과 봉사다. 국민 한사람이 피해주민 한사람씩을 돌본다는 마음으로 나선다면 재난극복은 보다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자연재해를 단시간에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서다. 우리는 그동안 재해복구의 많은 경험이 있다. 지금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고통은 나누어 가질 때 희망이 된다고 한다. 자원봉사와 정성이 담긴 성금으로 뜨거운 동포애를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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