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민프로축구단(가칭 성남FC)이 2일 창단한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 공식 출범하면 인천 유나이티드, 대전 시티즌, 대구FC, 경남FC, 강원FC에 이어 전국에서 6번째 탄생하는 시민구단이 된다.

   
 

K리그 최다인 7회 우승, 두 차례 아시아를 제패한 성남이 그 터를 지키게 된 것으로 연고 이전을 사수한 서포터스, 생활체육 축구동호회원, 축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성남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큰 족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인수를 결정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용단도 큰 힘이 됐다.

이재명 시장은 이번 축구단 인수를 지역 화합의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구단 인수의 법적 근거가 되는 조례안을 시의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에 시의원들 간 이견이 노출돼 지원 조례안이 좌초 위기에 놓이자 이 시장은 최윤길 시의회 의장을 찾아 설득했고, 본회의 직권상정을 통해 조례안이 어렵게 시의회를 통과하는 등 축구단 인수 과정에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 성남일화 인수 및 창단 준비
시는 지난달 초 통일재단에서 구단의 주식과 채권을 무상으로 넘겨받았다. 구단 가치를 감안할 때 통일재단 측이 3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무상으로 기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뒤늦게 부채가 드러나면 통일재단 측이 이를 부담하기로 한 최적의 계약이었다.

K리그 최다 우승(7회) 팀인 성남 일화는 2012년 9월 문선명 통일그룹 총재가 별세한 이후 통일그룹이 스포츠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재정위기를 겪었다. 성남시는 지난해 10월 재창단을 결정한 뒤 시민구단 창단 태스크포스와 창단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해 인수 작업과 스폰서 기업 유치, 시민공모주 예비 청약 등 시민구단 출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성남시민들도 역량을 보탰다. 축구에 관심있는 시민과 시의원, 관련 단체장 등 1천500여 명으로 ‘시민추

   
 
진단’을 구성했다.

시민추진단은 성남시민프로축구단 창단 타당성과 예비 공모주 신청 등 시민이 이끌어 가는 구단임을 전 시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성남시 전 공무원과 함께 전 시민 성남시민프로축구단 주식 갖기 운동도 펼쳐 시민공모주 예비 청약을 받아 청약자가 7만 명에 달하고 있다.

앞서 발족한 각계 인사 49명의 ‘창단 추진위원회’는 오는 3월 시즌 개막까지 성남일화축구단 인수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고 스폰서 기업 유치전을 펴고 있다.

# 후원기업은 어디에
시민구단이 순항하려면 운영비 부담에서 벗어나야 하고 스폰서를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중위권을 유지하려면 연간 최소 150억 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50억 원을 광고 등 각종 수익금으로 확보하고 후원기업 유치, 시민주주 공모 등을 병행하면 시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성남시의 판단이다.

초기에 100억 원 정도를 시가 투자하고 시민 속에 자리잡으면 50억∼60억 원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창단추진위와 시는 지역의 연매출 1천억 원 이상 기업 44곳을 방문하며 스폰서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 가운데 온라인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을 공동 개발한 NHN엔터테인먼트와 EA스포츠가 개발한 축구게임 ‘피파온라인3’을 유통(퍼블리싱)하는 넥슨이 각각 5억~10억 원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시금고를 맡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10억 원 이상 후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50여 곳의 기업들이 소액 후원을 약속한데다, 시민공모주로 30억 원이 들어올 것으로 보여 예상보다 운영자금에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 엠블럼과 마스코트
성남시민구단 창단 TF팀은 지난 두 달간 엑스포디자인브랜딩에 외주 작업을 의뢰했다.
작업 결과 성남시민구단을 상징하는 엠블럼은 젊음과 열정, 전통의 계승 등을 모티브로 시의 상징인 까치, 남한산성, 방패, 축구공을 이용한 4가지 시안이 발표됐다. 마스코트로는 승리의 까치, 시민 서포터스, 첨단 축구로봇, 성남시 캐릭터 등이 들어있다.
유니폼은 블랙 상·하의, 퍼플 상·하의, 블루 상의·화이트 하의에 옐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 등 총 6개 시안이 공개됐지만 아직 확정짓지는 못한 상태다.

성남시민구단 엠블럼의 최종 디자인은 성남시 축구인 및 동호회원, 서포터스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여론 수렴 작업을 거쳐 창단 때 공개된다.

# 초대감독으로 박종환 감독 선임

   
 
박종환 감독이 성남시민구단 초대 감독에 선임됐다. 계약기간은 오는 2016년까지 3년이다.
특히 박 감독은 성남시민프로축구단 공모주 1만 주(1억 원)를 청약했다.

박 감독은 “나를 선택해 준 성남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과거 감독직을 맡아 봤기에 성남은 내게 더 애착이 가는 팀이다. 많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훌륭한 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로써 박 감독은 2006년 11월 대구FC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7년여 만에 현장에 복귀했으며 프로축구 역대 최고령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은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현 FIFA U-20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고 ‘4강 신화’를 일궈 냈으며, 성남일화의 창단 감독(1988~1996년)으로 1993년부터 1995년까지 K리그 3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 앞으로의 과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성남시민구단인 만큼 결정 과정에서 일부 축구인들만의 제한된 선택보다 성남시민들과 K리그 축구팬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시민구단 창단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참여와 소통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다. 온라인 시대, 요란하게 발품을 팔지 않고도 단시간 내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성남이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우선 종교적인 색채를 지워야 한다. 축구는 종교·정치에서 자유로워야 된다. 통일교의 색채를 지워야 성남시민구단이 시민들에게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시도 기득권을 포기해야만 한다. 현재 K리그의 어두운 현실은 시민구단이 정치권의 덫에 갇혀있다는 점이다. 4년마다 지방권력이 교체된다. 그때마다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 ‘낙하산 인사’로 구단이 바뀐다. 프로구단은 정치가 아닌 축구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그만큼 사람을 아껴야 한다. 기업구단은 돈과 힘을 갖고 있지만 시민구단이 갖고 있는 자산은 사실상 사람뿐이다. 이제 드래프트도 2년 뒤면 완전히 사라진다. 선수 하나를 데려오려고 해도 기업구단과 자유경쟁을 벌여야 하는 향후 구도를 볼 때 유능한 프런트와 지도자가 이들 구단 경쟁력이다.
위기를 기회로, 과거를 미래로 바꿀 수 있는 성남FC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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