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7월 의정부경전철이 개통하자 시민들은 반색했다. 사업 추진 때부터 이런저런 잡음이 없진 않았으나 유려한 디자인의 열차가 시내 주요 지점에 자동차보다 빠르게 다니는 광경은 의정부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운영상의 결함이 있었다. 타 교통수단과의 환승할인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경전철 환승할인 도입을 놓고 의정부시와 의정부경전철㈜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지난해 9월께 의정부경전철㈜이 역사 주변과 객차 안에 시의 태도를 원망하는 유인물을 내걸었고, 얼마 후에는 시 주민단체들 명의로 이를 반박하는 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등장했다. 최근 의정부경전철㈜ 측 홍보물이 말끔히 사라지면서 내부 입장에 변화가 온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었지만 ‘홍보할 만큼 충분히 홍보해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끝없이 평행선을 질주하는 의정부경전철 문제를 정리해 봤다.

   
 

#의정부시가 시민 편의 외면한다.

‘2014년에도 환승할인제 시행 불가? 시민 위한 환승할인! 하루빨리 시행돼야’, ‘의정부 어르신들은 왜 돈 내고 타야 하나? 경로 무임! 노인복지 실현돼야’, ‘경전철과 버스노선이 연계돼야 상생할 수 있습니다.’
의정부경전철㈜에서 내건 현수막 내용을 보면 의정부시가 시민 편의를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이는 시와 의정부경전철㈜ 간 사전 협약된 사항이 아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의정부경전철㈜이 시민 편의를 명분으로 관철하려는 것들이다.

환승할인제 도입은 ‘혈세 낭비, 경전철 시장’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 성명까지 받아가며 시가 추진하려 했으나 정작 의정부경전철㈜에서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앞서 시는 지난해 3월 제1차 추경예산에 총 60억 원이 소요될 환승할인제 시스템 구축비 30억 원과 예비비 10억 원을 수립하고 의정부경전철㈜에 나머지 구축비를 분담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의정부경전철㈜은 경영 악화와 출자자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고, 더욱이 교통약자 할인 손실액 20억 원을 포함해 연간 74억 원 규모의 환승할인 손실보전금 부담에도 난색을 표했다.

#민간사업자가 제안해 KDI 검증 거친 사업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지난해 10월 의정부시의회 임시회에 참석, 의정부경전철은 민간사업자인 GS건설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제안하고 KDI(한국개발연구원) 평가 검증을 거쳐 건설한 수익형 민자사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정부경전철의 총 사업비는 6천767억 원으로 공공자본 48%, 민간자본 52%(3천824억 원)가 투입됐다. 시설 소유권은 시에 있으나 차량 운행 및 시설물 관리, 운행수입 정산에 관한 30년간 관리·운영권은 의정부경전철㈜이 갖게 되는 BTO 방식이다.

안 시장은 수도권에 환승할인제가 시행된 후 경전철 개통 직전까지 수년 동안 의정부경전철㈜에서 환승할인제 도입에 대한 어떠한 상의도 해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정부경전철㈜과의 최소운행수입보장(MRG) 협약이 초기 5년은 예상 수요 8만9천 명의 50~80%, 이후 5년은 50~70%까지만 보전하는 방식임을 거론하며 현재 이용 현황이 50%에 미달돼 시의 손실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시에 따르면 환승할인제를 도입할 경우 환승손실금 100억 원 외에 이용객 증가에 따른 MRG 보전 100억 원, 경로무임제 30억 원 등 총 2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안 시장은 의정부시와 절반씩 지분을 소유한 의정부경전철㈜이 50대 50의 정신으로 손실 분담을 위한 협상에 임해야 하는데도 시가 마치 환승할인제 및 경로무임제 도입을 꺼리는 것처럼 현수막을 내걸어 호도했다고 분노했다.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 경전철 실시협약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전 시의 환승할인제 도입 요청을 실시협약에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가 개통 후인 2012년 12월 도리어 시에 도입을 요청하며 환승손실금을 주무관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에서 실시협약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환승할인 시스템 구축비 가운데 30억 원과 환승손실금의 50% 분담을 요구했다. 이후 의정부경전철㈜은 시스템 구축비 분담을 수용했지만 환승손실금은 MRG에 해당될 경우에만 시 분담금의 20%를 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은 결렬됐다.

   
 
양측에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는 실시협약은 2006년 4월 체결됐다. 내용은 ▶공사비 총 6천800억 원 중 정부·경기도·의정부시가 48%, 민간사업 시행자인 의정부경전철㈜이 52%를 투자한다 ▶소유권은 의정부시, 운영권은 30년간 의정부경전철㈜이 맡는다 ▶하루 이용객이 수요 예측의 50%가 넘으면 MRG가 작동돼 80%까지 의정부시가 적자분을 보장한다 등이다.

개통 후 의정부경전철은 하루 이용객이 협약기준의 17% 수준인 1만6천여 명에 그쳤다. 실시협약에 따라 MRG는 작동하지 않았고 의정부경전철㈜ 측은 매달 20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고 지난 1년 동안 3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MRG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에서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의정부경전철㈜이 경영 악화로 파산해 시가 운영을 짊어지거나 운행 중단 혹은 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수천억 원의 혈세 낭비가 예상된다.

#사업성 악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
의정부경전철㈜은 환승할인제만이 승객을 늘리기 위한 해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관청인 시에서 환승할인제 도입에 따른 적자의 50%를 민간인인 자신들에게 미룬다고 성토했다.

시는 자신들 역시 환승손실금을 책임질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맞선다. 실시협약에는 사업자가 환승·정산의 주체일 경우 주무관청은 행정적 지원만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의정부경전철㈜은 경기도 고시를 들고 나왔다. 고시에 보면 2010년 통합 환승할인 요금 적용 이전에 협약한 민자 철도사업에 한해 환승할인 손실금을 경기도와 주무관청(시·군)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의정부경전철㈜은 사업성 개선을 위해 버스 노선 조정, 셔틀버스 및 환승주차장 운영, 경로무임 실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하지만 시는 전부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시는 환승할인제가 도입되면 경로무임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나 단독 요금체계에서는 재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항이고, 버스 노선 조정은 버스 이용자의 불편과 노선 조정에 상응하는 손실액 보전 등 또 다른 문제점이 야기된다고 전했다.

다만, 셔틀버스 및 환승주차장 운영은 사업타당성 부족 등 이미 결론이 내려진 사안임에도 2013년 9월부터 재검토를 시작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양측이 경전철의 사업성 개선이라는 대명분에서 만큼은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뻥튀기 수요예측 눈덩이 적자로 돌아와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시민단체 ‘의정부경전철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모임’은 최근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뻥튀기 수요예측 바로잡아 실시협약을 변경하고 총 사업비를 재검증하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환승할인 도입 문제가 경전철 사업자와 의정부시 사이에 치킨게임으로 전락했다”며 “의정부경전철㈜은 근거 없는 주무관청 귀책사유로 시를 협박하고, 시는 관변단체를 동원해 시민들이 사업시행자를 꾸짖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전철 문제는 이용 수요 과다 예측으로 혈세를 빼먹고 사업 수익을 보장받으려던 민간자본의 욕망, 시민을 무시한 의정부시의 일방독주가 빚은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용, 경전철 협약 수요가 엉터리 수단 선택 모형을 토대로 잘못된 수단 분담률과 무리한 통행량에 기반해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국가 통합교통체계 효율화법’에서 정한 국가 교통데이터베이스(KTDB)의 자료를 사용해야 했음에도 엉뚱하게 1999년 의정부 가구 통행 실태조사를 근거로 시내 통행량을 무리하게 부풀려 21.3~31.2%만큼 과다하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날 시민모임은 실시협약 수정, 경전철 건설원가 포함 총 사업비 공개 검증, 노인 무임할인 무분별 실시 금지 등을 촉구했다.

43만 시민의 발걸음이 가벼워질지 무거워질지는 결국 의정부시와 의정부경전철㈜의 협상에 달렸다. 현수막 여론몰이 해프닝도 조금이라도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는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개선에 우리가 이렇게 돈을 들이겠다는데 당신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고, 의정부경전철㈜은 ‘가뜩이나 돈이 없어 고사 위기에 처했는데 시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우리에게 떠넘기면 어떡하느냐’고 한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시간이 갈수록 의정부경전철을 ‘대중교통’으로 여기는 시민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새해에는 의정부경전철이 진정한 시민의 발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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