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14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인천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아라의 서(書)’에서 객원 안무자 김윤수는 뜻밖의 행보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현대무용 분야에 비해 눈에 띄게 뒤처진 창작 한국무용계에서 김윤수는 그 편차를 다소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수의 안무가 가운데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중견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등록상표인 ‘현대화된 한국춤’ 혹은 ‘미래지향적 한국무용’의 추구를 잠시 손놓고, 화사하고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잘 짜여진 한 편의 민속춤 무대를 보여 준 것이다.

비전문 시민관객에 대한 배려? 인천광역시 문화상품 개발 차원? 실험적 창작의 길을 줄기차게 달려온 안무자 자신의 일시적 휴식?

그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든 일단 작품은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바다로 열려 있는 인천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그가 작·안무·연출을 맡아 준비한 이 작품은 자유롭고 역동적인 한 인물을 중심에 놓고 갖가지 군무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서로 둘러싸고 나뉘고 어울려 가며 약 80분간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퍼레이드를 펼쳐보인다.

 쇠춤, 해무(海舞), 신칼무, 사랑부채춤, 장고춤, 나나니춤, 태양의 춤 등 민속춤과 창작춤이 번갈아 등장하지만 창작 부분도 기본적으로는 민속춤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춤들의 조화로운 진행을 위해 안무자는 비교적 ‘알기 쉬운’ 방식을 택한다. 작품 전체를 서막과 네 장(場)으로 나눠 연출의도를 쉽사리 이해하면서 편안히 앉아 바라볼 수 있도록 객석을 배려한다. 출연자들의 기량은 이 무용단의 30여 년 역사의 저력을 입증하듯 충분히 높은 수준이었으며, 성격이 다른 각각의 춤을 소화해 내는 표현력에 있어서도 다른 국공립 무용단들과 견줘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으로 다각적인 조명, 질박검소부터 깔끔화려까지 춤의 효과를 한층 드높인 의상은 전반적인 연출과 함께 이 신작의 성공적 안착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반해 음악적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구석을 남겼다.

앞으로 차근차근 보완을 거친다면 단순한 무용공연을 넘어 인천을 알리는 공연상품으로 성장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그 과정에서 안무자의 장기인 ‘현대적 취향’ 혹은 ‘현대무용적 방법론’이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관광상품화되는 공연물이라고 해서 민속 차원에 머물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전통성과 현대성의 조화로운 만남이 더욱 고양된 예술적 가치는 물론, 더욱 높은 상품적 가치를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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