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오말순(나문희 분)여사는 며느리를 구박하고 손녀 대신 손자만 편애하는 70대 할머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하는 박씨(박인환)와 알콩달콩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말순은 홀몸으로 어렵사리 키운 아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낼 결심을 하는 것을 엿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상심한 마음에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던 말순은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길가의 사진관에 들렀다가 엄청난 일을 겪는다. 사진을 찍는 순간 스무 살 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말순은 오드리 햅번의 이름을 딴 ‘오두리’라는 이름으로 인생의 찬란한 황금기를 맞는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아들을 키워 온 억척 할매 오말순이 어느 날 갑자기 꽃다운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가 어릴 적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름만으로도 극에 안정감을 더하는 중견배우 나문희, 영화 ‘써니’를 통해 대중의 눈에 각인된 젊은 배우 심은경, 두말이 필요 없는 영화 ‘도가니(2011)’의 황동혁 감독의 조합이 만들어 낸 유쾌한 상업영화다.

영화 속 갑자기 젊어진 오말순은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훔쳐 보기도 하고, 노래도 다양한 창법을 섞어 마음껏 부른다. 재치 있는 대사와 찰진 욕설도 관객의 웃음을 끌어내는 요소다.

이제 20대에 갓 접어든 배우 심은경은 70대 노인의 정서까지 품어 안으며 그야말로 원맨쇼를 선보인다.

그는 후줄근한 바지에서 최신 유행복까지 팔색조로 변하는 말순의 의상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제법 차지게 소화했다. 물론 대가급 연기자인 나문희와 박인환 또한 중심을 탄탄히 잡으며 극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청춘 영화와 타임슬립 영화들이 가진 사랑과 꿈, 추억 등 다양한 소재를 버무린데다 배우들의 호연, 적절한 코미디가 뒤섞인 한국형 코미디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황동혁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홀어머니 슬하에 자랐고, 할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셔서 친할머니와 함께 살았다”며 “실제로도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어머니, 할머니 두 분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특별한 연출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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