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개봉한 이래 꾸준한 흥행몰이로 1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가 있다. 영화 ‘변호인’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영화평에 대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동반한 갑론을박은 개봉 4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비록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루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의 도입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허구를 담고 있다. 따라서 지나친 정치적 기준으로 작품을 대하기보다는 영화로 보고 느끼고 이해함이 이 작품을 즐기는 데 더욱 적합하리라 본다.

상고 출신에 대학 문턱도 밟아 보지 못한 빽 없고 돈도 없는 남자 송우석은 노력 끝에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변호사가 된 후에도 그에게는 사건이 들어오지 않는다.

돈 버는 것이 좋았던 우석은 부동산 등기 및 세금 전문으로 동료 변호사가 가지 않았던 길로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하게 되고, 속된 말로 돈을 쓸어 담게 된다.

첫 아이 출산 때 병원비가 없어 막노동꾼으로 일하며 아파트 벽돌을 쌓아 올리던 그는 이후 돈을 많이 벌어 출세해 남 부러울 것 없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5공화국의 시작과 함께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운동도 그에겐 ‘공부하기 싫어하는 데모질’일 뿐이었다. 그가 살아온 세상은 데모 몇 번으로 바뀔 수 있는 말랑말랑한 곳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돈 많이 벌어 떵떵거리며 잘사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일 뿐이었다.

그러나 1981년 9월, 5공화국의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이 발생하면서 송우석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어쩌면 국밥집 아줌마와의 인연 때문에, 어쩌면 ‘너와 나는 다르다’는 그 선배 변호사의 말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어쩌면 행동파에 가까운 그의 성격 때문에, 또 어쩌면 자신이 깨우친 보편적 정의와 법의 평등을 믿었기 때문에 그는 억울한 사람들 편에 선 인권변호사가 돼 간다.

권력에 봉사하는 기득권의 무자비한 힘 앞에서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간다.

영화 ‘변호인’은 돈벌이와 먹고사는 것에만 올인하던 세속적인 인물이 인권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일종의 히어로 영화의 공식과도 유사한 점을 나타내는데, 정의감으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캐릭터의 성향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 히어로 영화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송우석의 변화와 그가 외치는 변론들은 맹목적인 정의감과 영웅담이 아닌, 법과 상식의 길에서 원칙을 말하는 한 인간의 면모를 보여 주는 휴먼드라마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송우석의 모습으로 진실된 연기를 보여 준 배우 송강호의 모습이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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