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옥엽(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2014년 갑오년 말(馬)의 해가 밝았다. 말은 제왕 출현의 징표로서 신성시되었고 태양과도 관련되어 있다.

신라의 신화나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천마(天馬)는 하늘과 교통하는 신성한 영물(靈物)이었다. 설화 속에서 말은 영물로 나타남과 동시에 신의를 지킬 줄 아는 의리있는 동물로 나타난다.

 주몽 신화에서 말은 버려진 알이 비범한 존재임을 알고 피해 지나간다. 금와왕 이야기에서, 말은 곤연 앞에 이르러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림으로써 금빛 개구리 모양의 금와가 바위에 눌려 있음을 알려 준다.

이것은 말이 고구려 동명성왕의 탄생이나 부여의 금와왕 탄생을 예시해 줄 만큼 신통력이 뛰어났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우리 민속에서 말은 신앙의 대상이기도 했다. 정월 첫 오일(午日)을 ‘상오일(上午日)’, ‘말날’이라 해 이날 말에게 성찬을 주고 제사를 지냈다. 또 10월의 오일(午日)에는 팥떡을 만들어 마굿간 앞에 차려 놓고 말의 무병과 건강을 빌기도 했다.

 음양오행으로 말은 오(午)로서 화성(火性)이라 강한 양성(陽性) 때문에 악귀나 병마를 쫓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는데, 옛 이야기에도 도깨비를 쫓아내기 위해 문 앞에 말대가리를 걸어 달아나게 했다.

우리 인천에도 말과 관련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천마와 아기장수’(서구), ‘임금님을 울린 벌대총’(강화군) 등의 설화에서도 그렇지만, 지명에서도 인천지역 23곳에 말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마장(馬場)이나 마분리(馬墳里) 등 전근대 말 목장을 운영했던 흔적이 반영된 지명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말은 신라시대 이래 교통·외교·전쟁이나 군사적으로 필요로 했는데 특히, 목장을 설치해 말을 사육한 것은 주로 군사상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삼국시대부터 국력을 기울여 말의 사육에 주력했는데 고려에서는 태복시(太僕寺)를, 조선은 사복시(司僕寺)를 설치하고 양마(養馬)에 힘썼다. 또, 마조단(馬祖壇)·선목단(先牧壇)·마사단(馬社壇)·마보단(馬步壇) 등을 두고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말 목장은 대부분 섬이나 해안지역에 설치되었는데, 말을 사육하기 위해 필요한 좋은 수초(水草)를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섬으로는 제주도가 목장 수에서 뿐만 아니라 규모에 있어서도 가장 컸지만, 그 다음이 인천으로 자연도·삼목도·용유도·무의도, 강화의 진강·매도, 옹진의 장봉도·신도, 교동의 송가도에서 말을 사육했다. 강화도 진강목장의 벌대총(伐代 馬+悤)과 매도목장의 사자황(獅子黃)은 명마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곳은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때에 우수한 전마(戰馬)를 보급하던 곳이기도 했다.

갑오년(甲午年)과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120년 전인 1894년 갑오년은 갑오농민전쟁과 갑오개혁, 청일전쟁 등으로 대내외적인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시기였다.

 인천과 관련된 이야기로는 780년 전인 1234년 갑오년 몽골의 침입으로 고려왕조가 강화도로 천도(遷都)해 있으면서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최윤의가 편찬한 『상정고금예문(詳定古今禮文)』이다.

왕명을 받아 고금(古今)의 예문을 모아 편찬한 것으로 지금은 전하지 않지만, 이보다 143년 뒤인 1377년 만들어진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는 70여 년 앞선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시의 갑오년 화두가 ‘동주공제’(同舟共濟)라고 한다. 함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간다는 뜻인데, 2014년 우리 앞에 산적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가자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오랜 세월 역사의 질곡 속에서 결코 좌절하지 않고, 인천광역시로 발전해 왔던 인천인의 정신을 통해 실현해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천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그 정신은 바로 ‘개척정신’이다.

갑오년의 상징인 말은 영력(靈力)과 신의(信義)가 있고, 활동력이 강하며, 매사에 적극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런 뜻에서, ‘말 탄 초인(超人)’이 있어 개척정신과 신의와 의리로 우리 인천을 이끌어 가길 바라는 마음을 2014년 갑오년 벽두에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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