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제에 오른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가 16일 극장가에 걸렸다.

지난 2009년 1월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프룻베일(Fruitvale)역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무참히 짓밟힌 한 흑인 청년의 삶을 통해 인권의 현주소를 그렸다.

마약 판매로 연명하다 검거된 후 출소한 22살 오스카(마이클 B. 조던 분). 사실혼 상태인 여자친구 소피나(멜로니 디아즈), 그리고 딸과 함께 새 출발의 꿈을 안고 세속으로 돌아왔지만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근무태도가 좋지 않았던 그는 결국 마트 관리인에게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오스카. 소피나의 잔소리는 자책과 섞이며 후회라는 큼지막한 파도가 돼 돌아온다. 그래도 오늘은 12월 31일, 오스카는 새해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숨겨 놨던 대마초도 거래처에 공짜로 주며 새 출발을 다짐한다.

소피나와 화해한 후 신년 자축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시내로 나간 오스카.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오스카 일행은 끔찍한 악몽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는 ‘왜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묻기보다 영화 같은 일들이 실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오스카를 사회적인 영웅이나 희생자가 아닌, 우리처럼 평범한 인물로 묘사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관객에게 더욱 안타깝고 짙은 슬픔을 안긴다.

다가오는 월세 날에 무기력해지는 가장의 얼굴, 그러면서도 엄마에게는 아직도 투정을 부리는 20대 초반의 아들, 겨울 햇살 가득한 바닷가에서 새롭게 시작해 보자며 각오를 다지는 20대 청년의 결기 등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연기한 오스카 역의 조던은 절제된 연출 속에서도 빛을 낸다. 실화가 주는 가슴 먹먹함이 돋보이는 영화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드라마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뉴욕비평가협회 신인감독상, 보스턴비평가협회 신인감독상 등 각종 국제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85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공간 주안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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