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2014년으로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시간 여행의 초행길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환희의 길이 될 수 있지만, 더러는 시간이 쏘는 화살을 따라 가는 불안한 여정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고대문명에서는 시간을 순환론적으로 해석해 시간을 질적인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유일하게도 팔레스타인지방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시간을 시작과 끝이 있는 직선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을 정확하게 구획해 양적으로 계산했다.
따라서 이들의 철저한 시간관념은 후일 기독교전파와 함께 영국·독일을 비롯한 북유럽과 미국의 시간문화가 되었다.
시간의 문화가 어떠하든 고대인들이 달과 해의 움직임을 동물의 뼈에 새겨 날짜를 표시한 것이 인류 최초의 달력이라고 한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이러한 인간의 노력은 영국의 스톤헨지와 같은 시간관측 유적에서부터 해시계·모래시계·물시계로 진화되었다.
이들이 관측한 시간으로 중국에서는 음력과 24절기를 만들었고, 바빌로니아인과 로마인들은 12궁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현대 달력의 기초는 1년을 365일, 12달로 만든 로마의 줄리우스 시저와 아우구스투스의 태양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영어의 캘린더(calendar)란 어원이 라틴어의 카렌다리움(Kalendarium)에 유래했으며 이는 회계장부(account book)를 뜻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달력을 넘길 때는 회한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 잉크냄새가 묻어나는 새해의 달력을 벽에 걸거나 책상에 올려놓고 첫 장을 넘길 때에는 신선한 느낌으로 조금 경건해 질 수 있다. 아직 가보지 않은 한 해를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를 계획하고, 하루하루를 결산해야 하는 회계장부와 같이 이미 수립한 계획을 매일 점검하라는 의미를 두었는지 모른다.
우리들의 시간여행이 끝나고 목적지에 다가왔을 때 주인 된 사람가 있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결산서를 요청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개인이든 가정이든 국가든 한 해의 운영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여기서는 거대한 담론보다 우리사회가 2014년 한 해에 꼭 이루어야 할 소박한 일들을 생각해본다. 첫째, 종교계가 세속화를 청산해야 한다. 종교가 부패하면 나라 전체가 희망이 없다.
종교지도자들이 세속화로부터 본질을 회복해야 사회가 건전해진다. 이는 곧 대형화와 맘몬숭배 그리고 정치세력화 등으로부터 종교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에서 가르치는 규율을 모두 실천한다면 깨끗한 사회가 될 것이다. 둘째, 교육계가 바로 서야 한다. 흔히들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한다.
소득불균형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처방이다. 불행한 것은 이번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 채택문제에서 불거진 이념투쟁은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의 획일적 사고에 매몰되었음을 보여준다.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국사관을 심어주어야 함에도 편향된 국사학계와 그리고 사회단체에서 보여준 압력은 이념테러에 가깝다. 학생들로 하여금 건전한 국가관을 가진 시민으로 자긍심을 심어주어야 할 의무가 교사들에게 있다.
또한 전교조의 정치권력화도 우려스러운데 교육정책을 책임질 교육감의 선출제도는 재고해야 한다. 셋째, 사법부가 공정한 최후보루 기관이 되어야 사회정의가 살아날 수 있다. 권력과 이념에서 벗어나 가난한 자와 약자의 보루가 된다면 이 사회는 깨끗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이 탈바꿈해야 한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치에서 비롯되며 그 해결의 종결자도 정치가 되기 때문이다. 올 한 해에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진정치문화를 기대해 본다.
‘모든 순간이 다 꽃봉우리’라고 노래한 시인처럼 매일매일 꽃봉우리를 피우기 위해 캘린더의 의미처럼 대변·차변을 꼼꼼히 확인하는 우리 모두의 한 해가 되길 새해 벽두에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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