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사람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저 옛일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나 흥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과거 인간 생활을 조목조목 이해하다 보면 현재의 문제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언어와 문화의 공통성에 기초해 형성된 사회집단이라면 그 역사를 통해 문화적 뿌리와 전통 유산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나라의 역사가 훌륭할수록 그 국민들이 갖는 자부심은 클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애국심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역사인식 형성에 고민해야

청년기에 마주하는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단지 입시와 관련된 학과에만 열중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과연 수업을 통해 얼마만큼의 역사의식을 갖게 되느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아야 할 여지가 많다.

역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우리의 제도·사고방식·관습을 이해함으로써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력·판단력을 기를 것이라고 기대하기란 사실 무리에 가깝다.

인간사의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청년기의 학생들이 마치 성인처럼 이해했을 것이라 단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데 우리의 역사교육과 관련한 문제들은 학문적 관심이나 교육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거나 사회 분위기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때 남북대치라는 상황에서 통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역사를 이용하려 했다.

1974년 처음으로 국정 국사교과서가 등장했지만 이후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차츰 검·인정으로 전환되는 길을 걸었고 지배층의 역사에서 민중사관으로 전이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독재정권에 맞서 사회민주화에 힘쓰던 사람들 역시 사회의식을 높이는 데 역사를 이용했는데, 목적은 서로 다르더라도 역사를 강조하고 중시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지금 동북아시아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의해 우리의 역사학도 위기에 몰려 있다. 도처에 식민사관의 흔적이 남아있는 와중에 저들은 부끄러운 자기 역사를 감추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고, 국가적 문제를 유리하게 해결하기 위해 그들만의 역사로 과장 왜곡하고 있다.

그래서 안중근은 테러리스트가 되었고, 고구려를 비롯한 동북지역의 역사를 중국사로 만들어 가고 있다. 거기에 반해 우리의 현실은 대학에서조차 ‘한국사 강좌’가 사라져 버리고 있으니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문제는 예고된 인재였다. 교과서 파동으로 대표되는 근·현대사 인식에 대한 시각차는 그 간극을 좁힐 수는 있겠지만 사실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역사학’이 존재하는 한 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수의 의견이 다수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국사교과서 파동의 원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소통의 부재가 부른 참화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어휘·역사적 용어 등의 적절성만 살펴보았더라도 이러한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건강한 역사인식에는 다양한 시각 제공 필요

굳이 역사교과서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도처에는 보수와 진보로 대표되는 시각의 차가 항시 존재해 왔다. 그만큼 사회가 다양해졌고, 이데올로기 문제에도 크게 동요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가 되었다.

다행히도 교육과정과 교과서 검정을 정치나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사회적 합의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보수·진보 성향의 교육단체뿐 아니라 역사학계와 시민사회 등도 공감하는 모습이다. 문제 해결과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시계추를 되돌려 국정교과서로의 회귀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국정도서는 교육부가 해당 분야 전문가를 엄선해 책임 집필한다 하더라도 이번 역사교과서 파동과 같은 이념논쟁을 차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특정 사관을 강요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건강한 역사인식과 역사관을 위해 다양한 시각이 제공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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