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변호사/기호일보 독자위원장

 춘추시대에 위나라 영공의 장수 문자(文子)가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을 생각하면서 봉황이 오동나무를 골라 둥지를 튼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양금택목이서(良禽擇木而栖)라는 고사성어가 이 말에서 생겼다고 전해진다(김영수 저 「省察」에서 인용). 군주가 좋은 부하를 골라 잘 사용한다는 인재론을 의미한다.

 초패왕 항우와의 7년 전쟁에서 70여 회의 전투를 거쳐 최후의 승자가 된 서한의 유방의 경우도 한신·장량·소하·진평 등 천하에 이름을 떨친 능력있는 신하를 잘 둔 덕을 본 경우이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이사라는 훌륭한 부하의 덕을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자들은 왕이 능력있는 신하를 선택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사용하는 방법은 소위 택조론(擇鳥論)으로 불렀다. 구중천리 높은 곳을 날아 다닐 수 있는 봉황이라고 한들 오동나무와 같이 온전하게 봉황이 깃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임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봉황이 자기의 둥지를 제대로 틀 수 없으니, 이 택조론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축구계의 변방국가였던 한국의 남자 축구선수들을 맡아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의 기적을 창출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 올림픽 축구에서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홍명보 감독 등의 경우도 재능있는 선수들을 잘 선발해 경기에 최적화시켜 승리를 일구어냄으로써 좋은 나무가 좋은 새에게 둥지를 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미에서는 현대판 택조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바로 얼마전 최고 지도자와 자신의 가치관이 달라 같은 둥지를 틀 수 없다고 그 좋은 장관직을 포기한 경우, 상관이 권력기관의 모함을 받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같이 사표를 낸 어느 호위 검사의 경우도 오동나무를 찾고자 하는 봉황의 예이기도 하고, 아만다 구출 작전의 영웅들처럼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내어 놓고 인질구출을 위해 뛰어든 분들도 오동나무의 가치를 빛낸 봉황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려 하얼빈 역에 나타난 이토 히로부미를 민족의 이름으로 격살한 안중근 대의사, 기약없는 독립을 위해 온 몸을 던진 수많은 독립용사들도 오동나무를 빛낸 봉황임에 틀림없다.

2014년 6월 4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자신이 오동나무를 제대로 한번 빛낼 수 있는 봉황이라고 주장하면서 수많은 새들이 저 하늘을 수놓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기준으로 하늘을 날아 다니고 있는 수많은 새들 가운데 오동나무에 둥지를 제대로 틀 수 있는 봉황을 가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새들마다 나무를 제대로 키워보고 싶고 자기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새들은 봉황이 아닐 확률이 아주 높고 높다는 것은 20여 년 지방자치와 선거를 통해 이미 충분히 경험한 바이다.

대부분의 새들은 철새이거나 잡새이거나 족보조차도 제대로 없는 종류로서 봉황처럼 오동나무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고, 오히려 고상한 오동나무에게 상처만을 남긴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고의 총리라고 평가받고 있는 소하의 경우에는 봉황이 오동나무를 골라 훌륭한 나무로 성장하도록 영양분을 제공하고 온갖 비바람을 막아 주어 결국 오동나무가 나무 중의 나무가 되게 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군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유방을 돕고 성장시켜 결국 초한전의 승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의미로 새롭게 해석을 한다면, 새가 나무를 스스로 선택해 그 나무를 훌륭히 성장하게 만들어 큰 재목이 되게 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난세가 영웅을 필요로 하는 것도 있지만 그 난세를 이겨내는 능력있는 지도자가 더 필요한 시기이다.

고만고만한 인물들로는 새로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 지도자, 새 정치인을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충족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현재와 같이 자신의 출세와 부귀 영화를 위해 나무를 가리지 않고 둥지를 틀려고 달려드는 새들로는 봉황을 받아들여 둥지를 틀 수 있게 해 주는 오동나무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충심으로 자신의 욕망을 낮추고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면서 국민의 행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 봉황같은 인물들이 더 많이 오동나무에 둥지를 틀 수 있게 하는 국민적 인식의 변화와 실천이 시급하다.

언제까지 권력을 위해 나무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수많은 새들이 봉황을 기다리는 오동나무의 기대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봉황이 오동나무에 둥지를 튼다는 고사성어처럼 대한민국과 국민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저 높고 먼 하늘을 날고 있는 봉황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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