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남동부지방을 강타한 14호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재앙은 국가차원의 재난방지와 관리시스템의 전면적인 보완이 시급하다는 교훈을 또다시 남겼다고 본다. 하긴 이번 태풍이 추석전 수일부터 각종 언론을 통해 수차례 예고된 바 있다. 더구나 태풍 매미는 기상관측이래 가장 강한 바람을 동반한 것이므로 사고에 철저한 준비를 해도 어느 정도의 피해는 막을 수가 있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튼 그동안 우리는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종합적인 재난관리체계의 긴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일단 지나고 나면 언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안이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이같은 일은 수차례 걸쳐 되풀이 되었을 뿐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외면돼 왔을 뿐이다. 이번 태풍의 재난대처도 방재시스템이 전면 보완되지 않으면 재난은 되풀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일부지역에서 발생된 태풍피해를 보면 과연 이번 피해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의문점은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태풍이 덮친 부산 등 일부지역에서는 해당 관서에서 주민대피 등을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고 적절한 조처를 취해 큰 인명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지만 일부지역에선 태풍에 대한 피해를 살펴보면 과연 사전대비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행정기관과 국민의 안전불감증 치유에 있다. 이는 한마디로 강제 대피령을 내려 인명 피해를 줄인 부산지역과 경보체제를 외면해 수많은 인명손실을 낸 마산지역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마산지역 경우 태풍이 강타한 시점이 만조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대피 등 제반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하긴 연간 10여차례의 태풍을 맞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재난관리 시스템을 전면 보완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동안 우리도 국가안전관리 정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제때에 대응하지 못했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이변이 발생됐다 해도 대비했어야만 한다. 그런데도 지난해 태풍 루사를 경험하고 아직 무책이니 정말 답답하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효율적인 방재시스템을 전면 보완해 재난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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