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입주가 만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팎으로 부정적인 시각들이 존재하는 걸로 알아요. 당연한 우려죠. ‘재개발 지역’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다만, 우리는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동시에 어두운 마을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 보자는 바람 하나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이른 아침 ‘우각로 문화마을’이라 불리는 인천시 남구 우각로 122번길 일대를 찾았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생활문화공동체, 지방자치박람회 선정 우수 향토자원, 외지인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었음에도 재개발 추진을 우려하는 주민과의 갈등으로 걱정 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이곳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문화활동가이자 우각로 문화마을의 사무국장 오은숙 씨를 만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동네의 실상에 귀를 기울였다.

오 사무국장에 따르면 인천의제21·남구의제21이 주축이 돼 논의 끝에 2011년 10월, 예술가 여럿이 이곳 우각로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9명의 입주작가를 비롯해 30명의 예술가가 활동 중으로 행복도서관·도예공방·목공예실 등 9곳의 공동 문화공간이 존재해 있다.

오 국장은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공간들을 무료로 임대하고 이곳에 예술인들이 들어와 산 지 3년째”라며 “우리의 활동들이 재개발에 저해가 된다고 믿고 있는 분들이 많아 완전히 경계를 허물었다고 하기 어렵지만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 예술가들은 그간 새로이 생긴 자신들의 공간을 가꾸는 것 외에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안마를 하면서 지역 노인들과 직접 마주하는 실버문화교실 프로그램들이다.

또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한 마을 외벽들은 재개발 지연으로 한없이 우중충했던 마을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외지에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고 마을 주민들의 관심 역시 함께 커졌다.

그는 “실제로 우리가 활동하면서 동네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한다”며 “한계가 있는 주민들과의 관계나 재정의 고민 등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무상으로 입주해 있는 집들의 재계약을 앞두고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요구하거나 그간 마을의 모임·행사 장소로 사용해 온 전도관(교회)의 이용이 소유자의 반대로 여의치 않게 되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지만 오 국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문제들이 아닌, 처음부터 계속 존재해 왔던 어려움들”이라며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희망을 갖고 차근차근 해결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제로 앞서 우각로 문화마을의 예술가들은 당초 개인활동에 목표를 뒀던 것과 달리 ‘마을 만들기’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공동 작업에 뛰어들었고, ‘기금을 지원받지 않고 공헌하자’는 각오 또한 활동이 커지면서 자립을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행복창작소)’을 선택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오 국장은 “우선 올해는 주민들과 ‘재미있는 마을 만들기’에 목표를 두고 좀 더 가까운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며 “어찌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우각로 문화마을’의 변화를 차근차근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