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이 돌아왔다. 13일 개봉한 영화 ‘로보캅’은 네덜란드 출신의 폴 버호벤 감독이 미국으로 건너가 만든 ‘로보캅(1987)’의 2014년 버전이다.

범죄와 무질서로 혼란에 빠진 도시. 좋은 아빠이자 실력 있는 경찰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알렉스 머피(조엘 킨나만 분)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온 몸에 치명적 부상을 입는다.

로봇 테크놀로지의 기술을 가진 다국적 기업 옴니코프사는 아내 클라라(애비 코니쉬)에게 머피의 몸에 최첨단 하이테크 수트를 장착할 것을 제안하고, 그녀는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 남편을 살리기 위해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모두가 기다려 온 완벽한 히어로 ‘로보캅’으로 재탄생한 머피는 옴니코프사의 체계적 훈련을 받으며 더욱 강력해지고, 클라라는 기계처럼 변해 버린 남편의 모습에 혼란스러워 한다. 한 치의 오차 없는 수트의 통제를 받으며 명령을 따라야 하는 ‘로보캅’.

하지만 그는 점차 스스로 수트를 지배하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 수트와 도시 이면에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브라질 출신의 호세 파딜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원작에 충실한 기반을 두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적절히 녹여냈다. 원작과 달리 폭력의 수위를 한 단계 낮추고, 좀 더 밝은 톤의 분위기로 그려 낸 점도 특징이다.

인상적인 장면들도 도드라진다. 재즈 스탠더드 ‘플라이 투 더 문’이 흐르는 가운데 수술대에서 깡통 로봇으로 변해 가는 머피의 현실과 단란한 가정을 꿈꾸는 그의 상상이 음악과 뒤섞이는 장면, 영화 막판 머피가 옴니코프사로 쳐들어가서 로봇들과 대결하는 액션 시퀀스는 솜털이 곤두서는 영화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불안감을 자극하는 단조로운 사운드는 이런 쾌감을 예고하는 촉매제 역할로서 제격이다. 연기 잘하는 게리 올드먼과 마이클 키튼뿐 아니라 신예 조엘 킨나만의 연기도 주목해서 볼 만하다.

원작에 대한 명성이 워낙 높아 리메이크에 우려를 표명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풍성한 볼거리는 블록버스터 수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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