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상(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러시아 소치에서 첫 금메달 소식이 들렸다. 압도적 기량으로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운 그 주인공 이상화 선수는 그 분야 세계 기록 소유자다.

밴쿠버에 이어 올림픽을 2연패한 이상화 선수는 평창에서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훈련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가능하겠다 싶을 만큼 기량이 탁월하지만 4년 뒤를 기약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좀 미안할 수 있겠다.

미안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김연아를 이을 선수가 금방 떠오르지 않듯, 이상화 뒤를 이을 선수가 쉽게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동계 스포츠의 선수층이 얇다. 선수층이 늘어날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 빙상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겨울이면 수로가 얼어 모든 이가 스케이트를 타고 즐기는 네덜란드와 달리 우리 겨울은 그리 춥지 않다. 스케이트를 즐길 기회가 거의 없으니 가능성 있는 선수 찾기가 그만큼 어렵지 않은가. 신작로 벗어나면 들판이 넓었던 1970년대 이전, 얼음판이 지천이었는데 요즘 겨울은 전에 없이 따뜻하다.

서울시는 시청 앞 광장에 자그마한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부모 손잡고 나온 꼬마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부러웠을까? 산업도로로 뻥 뚫릴 위기를 넘긴 배다리에 동구청에서 스케이트장을 조성했다. 하지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맹추위에도 그 스케이트장은 문 열기 어려웠다.

물이 단단하게 얼지 않았던 건데, 지구온난화가 큰 문제였을까? 서울시는 냉매를 가동시켰으므로 영상의 날씨에도 시민들이 붐빌 수 있었는데, 재정형편이 어려운 인천시 동구는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4년 전 밴쿠버처럼 이번 동계올림픽도 경기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는 소식이 들린다. 눈이 녹는 바람에 선수들이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한다는 게 아닌가. 캐나다 서쪽에 위치한 밴쿠버는 겨울철에 눈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경기를 앞두고 계속 비가 내렸다.

겨우내 내린 눈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두툼하게 얼어붙어야 4계절 맑은 물을 받을 수 있었던 그 지역에 비가 내리는 건 지구온난화의 강력한 신호였는데, 이번 소치에서 그 신호가 중단되지 않은 것이다. 4년 후 평창은 어떨까?

3월 말에도 평창의 하천은 꽝꽝 얼어붙어 산개구리를 잡는 젊은이들이 무거운 해머를 내리치며 땀을 뻘뻘 흘렸다. 1980년대 초반의 모습이었다. 30년이 지난 요즘, 산간 계곡이 아니면 봄까지 얼음이 단단한 풍경은 평창도 여간해서 보여주지 못한다.

4년 뒤 평창은 스키할강과 바이애슬론 경기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까? 보호 대상 생물종이 모인 가리왕산 수백m를 파헤친 스키장이야 인공눈으로 해결하겠지만, 평지 20km를 깊은 눈으로 덮어야 가능한 바이애슬론에 대책이 있을까? 4년 후 지구온난화는 평창을 용케 피해갈까?

밴쿠버에 이어 소치도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기술로 동계올림픽을 치루고 있다. 억지춘향이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기계설비로 가동되는 빙상경기장을 여럿 새로 지은 건 물론이고 종목도 다양한 스키장마다 인공눈을 채운다. 평창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

우리에게 낯선 루지와 봅슬레이를 위해 새로 지어야 할 썰매장도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며 냉매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짐시 북적일 선수진과 관중들이 머무는 호텔과 선수촌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비할 텐데, 그들이 빠져나간 뒤 그 시설들은 이후 활용될 수 있을까?

선수층이 얇은 우리가 4년 뒤를 위해 예산을 투여하며 에너지를 쏟으면 성적이 잠깐 반짝일지 모르지만, 지속가능할 수 없다. 즐기는 이가 많아야 선수들의 묘기에 열광하는 관중이 넘치지만 우리의 겨울은 그렇게 길거나 춥지 않다. 동계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만한 경제적·정신적 여유가 충분한 사람이 많지 않다.

그나마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평창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산다. 이제와 아무래 다시 생각해도 우리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옳지 않았다.

인천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리 없지만, 올해 인천은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한다. 가을에 열릴 아시안게임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될 텐데, 이후 대책은 세워놓았을까?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