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8명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2010년 1.74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회원국 중 최근 10년간 최하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합계출산율이 뚜렷한 상승세 없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1.08명을 저점으로 다소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부터 의미있는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일선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수장이 바뀌었다. 복지전문가로 평가받는 손숙미(59)제12대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인구문제 해결이 절실한 시점에서 손 신임 회장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국민건강지킴이 손숙미, 인구지킴이로 나서다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정책에 발맞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와 사업 개발에 주력하겠습니다.” 손 회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일성이다.

손 회장은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1989년부터 현재까지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영양사협회장을 역임하면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살려 18대 국회의원 시절 국민건강관리법을 발의, 국민건강지킴이로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복지전문가로서 돋보인 활동을 펼쳐 온 그는 정책 개발과 추진에서 막힘 없는 활약을 펼치며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소유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손 회장에 대한 평가는 결과로 나타났다. ▶18대 국회 대한민국 헌정우수상 수상 ▶4년 연속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 선정 ▶2년 연속 NGO모니터단 ‘국정감사 우수국회의원’ 수상 ▶자랑스러운 국회의원상 수상 ▶젠다 마이크 수상 ▶18대 국정감사 우수국회의원 수상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는 그가 국가 최대 현안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우선 대국민 홍보를 통한 저출산 대책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손 회장은 출산 및 육아비용과 방법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는 직간접적 경험과 주관적 판단에 따라 과대평가된 출산과 양육비용 등에 대한 인식을 현실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미혼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적 지원에 대한 홍보 강화와 기혼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유도할 수 있는 홍보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 저출산 해결 열쇠는 ‘여성’, 남성은 ‘자물쇠’
“남성들이 육아에 참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남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이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손 회장은 저출산 해법의 열쇠를 ‘여성’에 중점을 뒀던 정책 기조를 ‘남성’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꽉 잠겨 있는 남성이라는 자물쇠를 풀지 않으면 안 되는, 남성 위주의 조직사회에 대한 해법 없이는 저출산 해결도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육아는 엄마 몫에서 이젠 남성이 참여하는 ‘엄마·아빠’ 공동의 몫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남성들에게 주어지는 출산휴가를 여성들의 육아휴가 일수인 90일에 맞출 수 있도록 법제화를

   
 
위해 협회 전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정부와 함께 발 맞춰 나간다는 전략과도 같다. 바로 ‘아빠의 달’ 필요성을 얘기한 것.

그는 남성에게 출산휴가를 줌으로써 정부정책에 발맞춰 사회적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을 출산율 변화의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그 예로는 스웨덴을 들었다. 스웨덴 같은 경우는 60일을 남자에게만 허용하는 아빠휴가를 주고 있다. 스웨덴은 1990년대 이후 출산율 회복에 성공(1999년 1.5명→2010년 1.98명)하면서 경제성장률도 함께 이뤘다.

  일본이 출산율 회복(2010년 1.39명)에 실패하면서 경제성장률 모두 하락한 것을 보면 이 같은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에 대한 상관관계를 보여 주는 사례가 되는 셈이다.

손 회장은 “스웨덴도 잘 지켜지지 않다가 의무조항으로 하면서 많이 늘어났는데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육아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직장에서 해결해 주고 법을 만들면 가족친화적 직장문화가 조성돼 저출산 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프랑스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직장 변화를 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부, 기업, 사회, 개인 모두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야지 개인만 바동거린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정부가 모두 책임지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손 회장은 저출산 해소를 위해 직장에서의 변화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과 가정 모두 밑바탕이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직장의 변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출산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것 같다. 보육에 대한 예산이 큰 것 같지만 이제까지 투자를 별로 안 하다가 하니까 돈을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출산과 보육에 해당하는 예산은 이제 겨우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어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출산정책은 정부 재원으로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란 내용이다.

손 회장은 이 같은 저출산 대책에 대한 예로 프랑스를 들고 나왔다.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도 출산율이 늘기까지 오랜 시간 소요됐다. 하지만 현재 임신에서 육아까지 받을 수 있는 수당이 30가지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러한 지원책을 가족 지원이라는 대분류에서 파생됐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는 가족 유지를 위한 각종 수당을 관리하는 ‘가족수당금고’가 따로 있을 정도로 가족에 대한 지원이 큰 상황이다. 이런 수당 지원 정책으로 2012년 출산율 2.01명을 기록했다.

실제 프랑스의 가족수당 재원은 직장 60%, 국가 보조 20%, 근로자 20%를 구성한다. 이러한 재원은 기업이 근로자와 함께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전통에서 자리하고 있다.

이를 놓고 손 회장은 “굉장히 부러워서 제가 국회에 있을 때 아동기금법안을 발의했는데 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통과가 안 돼 아쉽다”고 규정 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당시 그가 이 같은 법안을 만든 배경은 ‘미래의 직원과 고객에 대한 투자’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을 비용적인 측면으로만 보지 말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미래 세대가 줄어들면 고객도 줄어드는 거고, 직원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전신은 1961년 설립된 가족계획협회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적정한 인구수 유지를 위한 다양한 국민인식개선 사업을 전개한 민간 전문가단체로 알려졌다.

   
 

협회가 인구정책을 위해 추진한 대표적인 사업이 1960~80년에 수행한 인구억제정책이다. 잘 알려진 표어로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축복 속에 자녀 하나 사랑으로 튼튼하게’ 등이 있다. 인구억제정책 당시 이 표어들이 가족계획에 큰 역할을 했다.

인구억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이젠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이에 협회는 올해 저출산 대책으로 인구의 날(7.11), 임산부의 날(10.10) 행사 개최를 통해 인구문제, 임신과 출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생애주기별 대상자 특성에 맞는 대국민 홍보 교육과 결혼, 가족 출산친화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한 인구교육을 시행한다. 특히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임신·출산·육아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한 ‘아가사랑 사이트’, ‘맘맘맘 카페’ 운영을 통해 출산정책을 이끌어 나가기로 했다.

이 외에도 지자체 협력사업으로 미혼 남녀 미팅 프로그램, 출산친화 동요제, 가족친화 패션쇼, 출산친화 육아용품 대여 등을 통해 출산지원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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