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개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낮술(2009)’로 데뷔한 노영석 감독의 신작, ‘조난자들’이 오는 3월 6일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작품에서 각본·연출·음악·제작까지 1인 4역을 도맡은 노 감독은 인간의 선입견이 몰고 온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원고를 마감하기 위해 인적 드문 펜션을 찾아가던 상진(전석호 분)은 길을 알려 주겠다는 학수(오태경)의 과도한 친절에 불편함을 느낀다.

펜션까지 같이 가 주겠다는 학수를 간신히 떼어낸 상진은 다소 을씨년스럽지만 너른 펜션을 홀로 쓰는 호젓한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글을 거의 다 완성할 때쯤, 펜션 주위에서 총을 들고 다니는 정체 모를 사냥꾼들 때문에 상진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게다가 하룻밤만 묵게 해 달라고 조르는 4명의 무례한 남녀는 자꾸 신경을 긁는다.

그날 밤 폭설로 인해 상진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펜션에 고립되고, 설상가상 손님 중 한 명이 피를 흘린 채 시신으로 발견된다. 누가 살인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진과 수상한 사람들 간의 오해와 의심은 점점 쌓여만 간다.

영화는 상진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의심과 공포를 무기로 관객들의 심장을 건드린다. 밑도 끝도 없는 호의를 베푸는 학수뿐만 아니라 피가 낭자한 차를 끌고 펜션 주위를 이리저리 배회하는 사냥꾼들, 펜션에 머물게 해 달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투숙객들의 모습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다.

이렇게 타인의 지나친 끼어들기에 화가 나고 짜증이 솟구칠 때쯤 영화의 스토리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거듭한다. ‘이렇구나’ 싶을 때면 다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뒤통수를 치는 격이다. 관객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로 손색이 없다.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을 사로잡을 만하다. 연극배우 출신의 전석호나 오태경은 연극계에서 쌓아 온 내공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경찰 역할로 등장하는 최무성은 길지 않은 출연분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영화는 제33회 하와이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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