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막론하고 곤궁에 처한 인간은 신으로 대변되는 절대자를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식조차 못하는 사이 ‘하늘이시여, 저에게 극복할 힘을 주소서’라고 외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존재론적 한계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인간은 절대자를 강하게 믿으며 본능적으로 그에게 의지하려 한다. 오늘 함께할 영화 ‘스트롬볼리’는 믿음의 재발견에 관한 작품이다.

2차 대전 후 이탈리아의 한 수용소에서 생활하던 아름다운 여성 카린은 수용소 밖의 청년 안토니오니에게 느닷없는 청혼을 받게 된다. 리투아니아 난민인 카린은 아르헨티나 이민을 희망했지만 그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카린은 순박해 보이는 청년의 이미지와 그가 속삭여 준 달콤한 사랑의 말만 믿은 채 결혼을 선택한다. 그리고 남편의 고향인 스트롬볼리를 향해 떠난다.

지중해의 작은 섬이자 ‘신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곳 스트롬볼리로 가는 길은 카린에게 설렘 반, 두려움 반의 여정이었다. 그러나 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는 결혼을 후회할 만큼 그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

꽃 한 송이 나지 않는 화산섬 스트롬볼리는 척박했다. 그녀에게 섬은 창살 없는 수용소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창살보다 더 혹독한 이질감이 카린을 옥죄였다.

도시여성인 카린의 생활 방식은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 눈에 밉보이기 일쑤였고 이는 악의적인 소문이 돼 돌아왔다. 그러나 마음을 닫은 쪽은 마을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카린 역시 이웃에게 다가가거나 섬의 문화에 동화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카린은 고독과 적개심으로 자신을 가둔 남편과 섬 모두를 등진 채 화산 산을 오른다. 그리고 그 길 앞에서 원망의 대상이자 구원의 이름인 신을 찾아 애타게 소리친다. 

1950년 발표된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거장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작품이다. 네오리얼리즘과 모던시네마의 선구자인 로셀리니 감독의 작품답게 이 영화 역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탁월한 연출력을 통해 영화에 반영된 현실을 다각도에서 사유하고 성찰하게 하는 명작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이 작품은 평단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 팬의 냉대를 받았다. 그 이유는 카린 역의 잉그리드 버그만과 감독의 스캔들 때문이었다.

영화 ‘카사블랑카’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통해 청순미의 여신으로 추앙받던 버그만은 이 불륜 스캔들을 통해 세상을 놀라게 했고, 그로 인해 숱한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사건으로 그녀는 할리우드와도 이별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기점으로 그녀는 스타라는 수식어 대신 예술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성공이 보장된 미래와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미래 사이에서 방황했을 버그만의 당시 심경이 반영됐을까.

영화 ‘스트롬볼리’는 카린 역의 버그만을 통해 두 개 이상의 충돌하는 세계 속에 방황하는 자아와 신을 찾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 혹은 자연스러운 본성을 더욱 공감가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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