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딸과 남겨진 가족, 친구들의 아픔을 그린 ‘우아한 거짓말’이 오는 3월 13일 개봉한다.

학교 문제를 소재로 관객 531만 명을 모은 ‘완득이(2011)’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이한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김려령 작가의 소설을 토대로 작품을 완성했다.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언제나 주책 맞을 정도로 쿨하고 당당한 엄마 현숙(김희애 분). 남의 일엔 관심없고 가족 일에도 무덤덤한 시크한 성격의 언니 만지(고아성). 그런 엄마와 언니에게 언제나 착하고 살갑던 막내 천지(김향기)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세 가족 중 가장 밝고 웃음 많던 막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현숙네 집은 충격에 휩싸인다. 늘 동생에게 ‘쿨’하기만 했던 언니 만지는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천지의 친구들을 만난 만지는 가족들이 몰랐던 숨겨진 다른 이야기, 그리고 그 중심에 천지와 가장 절친했던 화연(김유정)이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속 천지의 자살 이유는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왕따’ 문제다. 해묵은 소재지만 웃음과 울음 등 자극적인 조미료를 넣어 요리하는 이한 감독의 솜씨가 능숙하다.

심각해질 만하면 긴 머리의 공무원 준비생(유아인)이 등장해 큰 웃음을 던져주고, 모정을 자극하는 현숙과 천지의 에피소드, 동생을 딸처럼 돌보는 만지 친구의 이야기가 눈가를 촉촉하게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순간의 쾌감도 선사한다.

다만 화해와 용서라는 영화의 성급한 결론은 공감을 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동생의 죽음을 경험한 평범한 고교생이 도달한 감정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성숙하고 높은 경지다.

여기에 복잡한 반전이 많지 않은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에 의지한다. 2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김희애는 화도 버럭버럭 내고 욕도 과감하게 내지르는 억척스러운 현숙을 완벽히 연기했다. 또 ‘괴물(2006)’, ‘설국열차(2013)’ 등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눈도장을 찍은 고아성의 연기도 탄탄하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유아인과 성동일의 코믹 연기는 극을 윤택하게 한다.

이한 감독은 지난 25일의 언론시사회에서 “우리가 모르는 아이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전해졌다면 만족한다”며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혔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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