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림 박사/인천대 무역학부 겸임교수

 지난 23일 개최국 러시아가 20년 만에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소치 동계올림픽은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어느 외신에서는 이번 소치 올림픽의 최고 승자로는 한국에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과 미국에서 귀화한 스노보드 선수인 ‘빅 와일드’, 그리고 ‘네델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을 꼽았고 최대의 패자로는 김연아 선수의 판정문제를 불러 온 ‘피겨스케이팅 심판시스템’과 향후 빈 공간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급조된 ‘아들러 경기시설’을 들었다.

그러나 이 게임의 실질적 수혜자는 ‘푸틴 대통령’일 것이고 최대의 피해자는 ‘러시아 국민’일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푸틴의 기획, 연출과 감독,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성과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속할 수 있다.

 2007년 올림픽 개최지로 지정된 이후 7여 년간 500억 달러의 거대한 자금을 흑해연안의 조그만 시골, 스탈린 시대의 요양소가 있었던 소치에 쏟아 부어 상전벽해의 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이 푸틴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서방 언론에서는 이번 게임은 푸틴의 개인적 혹은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푸틴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푸틴 대통령은 소치올림픽의 성과를 통해 러시아가 ‘잊혀진 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러시아 국민과 모든 국가들에게 상기시키고 ‘구소련의 영광’을 재현시키겠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반동성애 선전 법’의 제정으로 서방국가들을 성적으로 타락한 국가로 폄하하는 반면 러시아가 도덕적인 나라임을 알리려고 해 인권문제와 더불어 논란을 초래했다.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에서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왜 정치지도자들은 올림픽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고 하는가? 고대역사를 보면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거대한 신전과 화려한 왕궁을 구축하고 만리장성을 쌓는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제국의 영광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일이 불가능하므로 정치지도자들은 스포츠게임을 통해 국민의 애국심을 감정적으로 결집시키어 자신의 권력을 합리화하고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키는 도구로 사용했다. 이처럼 정치는 근대 올림픽게임의 일부로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쉽게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히틀러는 스포츠를 나치제국의 영광의 도구로 이용했고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국제정치적 이유로 상대국의 올림픽 개최에 보이코트하는 등 스포츠는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근대올림픽을 부활시킨 쿠베르탕 남작은 ‘세계평화와 국제 간의 형제애’는 고대올림픽의 부활을 통해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일관되게 정치가 배제된 올림픽을 꿈꾸어왔으나, 모든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1896년 최초의 근대올림픽에서 국제 스포츠란 결국 각국의 공격적이며 맹목적 애국주의인 쇼비니즘이 발현되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반대자들은 이를 수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왜 러시아 국민이 최대의 패배자인가? 부패 스캔들이다. 대규모 건설, 토목공사에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개입되어 예산의 반 정도가 낭비되었다는 보도가 나돌며 이는 곧 러시아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에너지자원 가격 하락으로 향후 러시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결국 한바탕의 겨울축제는 ‘백조의 노래’로 끝나게 된다는 불안감이다.

 백조는 죽기 전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러시아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뜻이다. 또한 소치에 구축된 거대 시설의 향후 3년간 유지비가 7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소치’에서의 이러한 교훈이 ‘평창’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우선 과도하거나 과대한 시설투자를 배제하는 경제적인 대회가 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남자쇼트트랙의 부진이 오히려 빙상연맹의 시스템을 개선할 공정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는 김연아 선수의 우아한 연기에 매료되었고, 판정문제에 성숙하고 의연했던 그녀의 처신에 감명을 받았으며, 김연아 선수를 진정한 승리자로 기억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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