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의 면모를 지닌 잔인한 살인마와 미친 여자, 이 둘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 영화 ‘몬스터’가 13일 극장가에 걸렸다.

‘시실리 2㎞(2004)’의 각본을 쓰고 ‘오싹한 연애(2011)’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충무로의 젊은 배우 이민기와 김고은이 주연을 맡았다.

동네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복순(김고은 분). 약간 모자라지만 제대로 건드리면 큰일나는 그녀는 동네에서 일명 ‘미친년’이라 불린다. 그래도 하나뿐인 동생만은 끔찍이 사랑하는 여자다.

어느 날, 작고 가냘픈 아이 나리(안서현)가 겁에 질린 채 집으로 찾아오자 복순 자매는 갈 곳 없는 나리를 재워 주기로 한다. 하지만 이들이 베푼 선행은 끔찍한 일을 불러온다.

나리를 쫓던 냉혹한 살인마 태수(이민기)가 나타나 복순의 동생을 살해하고, 복순은 칼 한 자루를 쥔 채 태수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잔악무도한 살인자와 지능이 모자란 미친 여자가 대결한다는 틀의 영화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스토리란 점에서 참신하다. 또 부모에게 버림받고 나서 학대 속에서 살아간 태수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복순이란 두 캐릭터는 영화를 끌고 가는 큰 힘이다.

무엇보다 무적의 힘을 자랑하는 태수와 무언가 한 방이 있을 것 같은 복순의 대결은 영화 막판까지 극적인 긴박감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마냥 넋 놓고 둘의 대결을 볼 수 없는 건 영화 밑바닥에 흐르는 서글픔 때문이다. 사회에서 가장자리에 내몰린 인물들이 가진 사연은 마음 한구석을 들쑤신다.

황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뜬금없이 등장하는 무서운 장면이나 황당한 코미디, 순수한 동화 등 B급 영화의 정서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점도 영화의 큰 특징이다.

젊은 배우들의 기대 이상 연기도 인상 깊다. 특히 영화 ‘은교’로 각종 신인상을 석권했던 김고은은 자신의 첫 영화가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황 감독은 “‘몬스터’는 피해자·가해자 영화가 아닌 먹이사슬의 영화다”라며 “등장인물 중 사장, 가족들 등 많은 부류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누가 진짜 몬스터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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