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즈음에 일간신문들은 대학입학 예비고사(지금의 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하게 전국 일제고사 형식으로 실시됐으며, 예비고사를 합격해야만 대학 입학원서 제출이 가능했다) 합격자 발표일을 전후해 수석 합격자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하곤 했다.

신문에 실린 수석 합격자들의 답변은 대부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예습·복습을 충실히 하고 학교 수업을 중시했으며, 과외 수업이나 학원 수업은 듣지 않았다”, “잠은 6시간 이상 충분히 잤다” 등등의 답변이 이어졌다(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답변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자가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는?”이라고 물으면 문과학생의 경우 대부분 “S대 법대”라는 답변이 이어졌고, 기자가 “이유는?”라고 물으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의를 지키는 검·판사가 되기 위해서”라는 식의 답변이 주저없이 나왔다. 그만큼 당시에는 많은 ‘공부선수들’이 법대 진학을 희망했다.

그런데 당시(1970~1980년)에는 사법고시 합격정원이 60명 내지 100명 수준에 불과했으므로 법대에 진학하더라도 아주 독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합격을 절대로 기대할 수 없었으니 검·판사가 되는 길은 매우 멀고도 험했다.

세월이 흘러 요즘에는 사법고시 합격정원도 대폭 증원됐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서도 법조인이 배출되고 있지만, 요즘에도 검·판사가 되려면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낸 끝에 합격의 영광을 얻어 검·판사가 된 많은 정의의 사도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과연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의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신문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대학인 S대를 졸업한 동문들이 ‘우리나라의 발전에 어느 학과가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해 봤더니 공대·상대·문리대 등에 속해 있는 다양한 학과들이 거명됐는데 법학과를 지명한 사람의 숫자는 극히 소수였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최고의 지성인’들이 정작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사법고시 합격자들 중 상당수가 독재정권의 시녀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근자에 검찰은 시대정신에 맞는 법 집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검사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또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각종 범죄행위에 맞서 싸우고 있다.

검사들은 오늘도 ‘정의의 수호자’,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악(惡)에 대항해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때때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검사도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이 검찰에 거는 기대를 접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사들이 ‘최고의 지성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최고의 지성인조직’인 검찰의 애국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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