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3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오후가 나른해진다. 3월 들어도 잠시 따뜻하다 으슬으슬 추웠는데, 완연한 봄이 다가오려는지 근린공원의 나무마다 꽃눈과 잎눈이 한층 또렷해졌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소식은 근교 산수유의 노오란 꽃봉오리를 활짝 열게 만들었다. 머지않아 진달래와 개나리로 화사해지겠지.

영하의 날씨가 더 스칠지 모르지만 태양의 입사각도가 커지는 만큼 봄볕은 따뜻해질 테고, 얼어붙었던 땅도 녹아 나무들은 기운차게 땅의 습기를 빨아올릴 것이다. 어느새 가벼운 옷차림을 찾게 되는데, 이맘때 황사가 먼저 기지개를 펼지 모르겠다.

영하 40도의 혹한에 얼어붙었던 몽골과 중국 일원의 사막도 풀릴 것이다. 마침 강하게 불어오는 편서풍은 황사를 한반도로 공급해 줄 텐데, 겨우내 미세먼지 세례로 고생한 우리는 황사를 특별히 더 두렵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는 농사에 도움됐지만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지금은 없어도 무방한 존재가 됐다. 한 해 농사로 이탈된 무기영양소가 보충됐지만 중국 서해안의 대도시와 공업단지를 통과하며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대거 포함하는 황사는 봄철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됐다.

정작 중국이 큰 고통을 받겠지만 우리도 속절없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황사 속 유해성분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기원한다지만, 그로 인한 피해를 우리가 중국에 청구할 수 없다. 어떻게든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중국과 몽골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태평양을 넘어 미국 서해안까지 이른다는데, 그 황사가 먼저 닿는 인천에는 미세먼지가 많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한 황사를 제외하고도 디젤엔진을 단 대형 트럭이 항구와 도로를 누비는 만큼 미세먼지가 다른 도시에 비해 많다.

아무리 엄격한 장치를 통과하더라도 영흥도의 80만㎾급 석탄화력발전소 4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도 막대할 것이다. 곧 같은 규모로 2기를 추가 가동할 남동화력주식회사는 다시 2기를 증설하려고 한다. 미세먼지가 잔뜩 나올 석탄으로 고집피우면서.

몸에 들어오면 허파꽈리에 박힐 가능성이 높은 초미세먼지는 우리 도시가 미국의 2배 이상 농도가 높다고 하는데, 디젤트럭과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인천은 우리나라 평균을 크게 초과할 게 틀림없다.

인천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중국에 하소연해도 소용없다. 영흥도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액화천연가스로 바꾸면 한결 줄어들 테지만 남동화력주식회사는 물론이고 정부도 시민의 건강을 살피려 들지 않는다.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없는 트럭은 인천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면 상당히 완화되겠지만 그런 움직임은 통 보이지 않는다.

내 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규제하지 않으면서 미세먼지를 서쪽으로 날리는 중국에 문제제기해도 소용없다.

트럭은 물론 모든 디젤차량에 먼지 제거장치를 달고, 발전소는 물론이고 주택단지의 보일러도 천연가스로 규제해 미세먼지든 초미세먼지든, 발생을 철저하게 통제할 때 비로소 대책을 요구할 자격이 생긴다.

그런다고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기왕 발생한 미세먼지와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를 바람에 날아다니게 방치하기보다 잡아줄 수 있는 녹지와 습지가 필요하다. 많고 넓을수록 좋다.

인천 앞바다에 너른 갯벌이 오랜 세월 자리잡았지만 지금은 손바닥만큼 남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논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도시로 편입됐다. 먼지 발생이 거의 없었던 시절 넓었던 습지가 아스팔트 도로나 콘크리트 건물로 바뀌며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럴 때 유럽에서 보듯, 근린공원이나 자연공원에 일정 규모 이상의 습지를 조성한다면 먼지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인데 아쉽게 우리 공원들은 습지보다 수려한 건물을 자랑하는 편이다.

아직 인천에 논이 남았다. 도시의 먼지를 제거하는 논은 습지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홍수와 가뭄과 같은 풍수해를 완충할 뿐 아니라 교육효과도 크다. 습지의 조성 못지않게 남은 논이라도 보전이 중요하다. 주변에 녹지가 있다면 먼지 제거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나무 심기 좋은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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