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감시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법정 스릴러 ‘프라이버시’가 20일 개봉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폭탄테러 발생 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진실을 조작하고 사생활을 감시하는 정부기관에 맞서 용의자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싸우는 두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런던 최대의 재래시장인 버로우 마켓의 평온한 오후. 주차돼 있던 트럭 한 대가 갑자기 폭발하며 시민 12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곧이어 사건의 용의자로 한 터키인이 지목되고, 변호인이 갑작스럽게 죽자 마틴(에릭 바나 분)이 새로 변호를 맡게 된다.

전 변호인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마틴은 정보기관인 MI5가 개입한 사실을 알게 되고, 법무부가 지정하는 특별변호인인 클로디아(레베카 홀)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두 사람은 위험에 처한다.

정부는 24시간 CCTV 감시를 통해 이들의 사생활을 모두 알고 있고, 이를 빌미로 협박한다. 믿었던 친구마저 정보기관의 감시원이었고, 사적인 모임 자리에도 평범한 공무원으로 위장한 정보기관의 책임자가 자리하고 있다.

달아날 곳 없이 옥죄어 오는 정부기관의 감시와 위협 속에서도 두 사람은 진실을 포기하기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원제 ‘클로즈드 서킷(closed circuit)’은 폐쇄회로라는 의미와 함께 비공개 재판을 뜻한다. 실상 영화에서는 사회 안정을 내세워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정보기관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비루한 허상을 비추는 영화는 “청문회다 뭐다 시끄럽겠지만 몇 년 질질 끌다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법무부 장관의 말을 통해 이 같은 문제가 국경이나 동서를 막론한 현실임을 확인하게 한다. 그럼에도 청문회에 선 장관이 법과 정의, 원칙을 외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사건의 내막을 일찌감치 알려 주고도 진실을 알리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와 그들을 막으려는 기관 요원들의 추격은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레미제라블’과 ‘어바웃 타임’ 제작사인 워킹타이틀이 제작하고, ‘보이A’로 영국아카데미 감독상과 베를린영화제 특별심사위원상을 받은 존 크로울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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